태양을 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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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수필가·농업인

폭염의 기세 만만치 않다. 게다가 열대야로 이어지다 보니, 온종일 심신(心身)이 엿가래처럼 축 늘어진다.

예년 같으면 농한기 틈타 국내외 나들이 행장을 꾸리든지, 하다못해 친구나 이웃들끼리 추렴이라도 몇 번 했겠지만, ‘코로나로 온몸 꽁꽁 묶여 있으니, 제주어로 고망당장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열하는 땡볕 때문에, 농사일도 만만치 않다.

조금만 꼼지락거려도 땀범벅이 되는 통에, 애당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마냥 뒷짐지고 나앉을 수는 없어 일터로 향해 보지만, 각종 온열질환으로 비명횡사하는 농부들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날들이 많다. 그렇지만 농사에도 적기(適期)가 있는 법, 더위 무서워서 할 일을 미룰 수는 없다.

여름철 잡초의 왕성한 생명력 앞에서는, 정말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제초하고 난 다음 날 뒤돌아 보면, 다시 무성하게 자라나 있어서, 농부들의 무릎이 남아나지 않고 엉덩이에 땀띠가 날 지경이다.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다 보니, 각종 병해충들도 제 세상 만났다는 듯이 창궐하여, 방제를 미룰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몸피를 키우는 열매들도, 적과(摘果)의 손길을 채근한다. 병과(病果), 기형과(奇形果)들을 따내고, 특히 껍질이 깨져 부패가 진행되는 열매들은, 보는 즉시 제거해 주어야 한다. 과육(果肉)에서 흘러나오는 진물이, 좀비처럼 다른 열매들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몸피가 커져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열매들도 하나 하나 끈으로 엮어 올려, 나뭇가지나 쇠파이프들에 고정시켜 매달아 주어야 한다.

태양을 피해 일하기 위해, 농촌의 여름밤은 특별히 노루꼬리처럼 짧다. 심해(深海)처럼 깊은 어두움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黎明)의 시간. 집집마다에선, 샛별처럼 불빛들이 돋아난다. 부지런한 농심들이, 이심전심으로 피워내는 치열한 삶의 불꽃들이다.

어스름 속에 시작되는 농사일들은, 아홉 시, 늦어도 열 시쯤이면 끝난다. 서서히 예열(豫熱)을 마치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폭염을 준비한 태양이 중천(中天)을 향하는 그 시간안에, 감쪽같이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글거리는 땡볕이 농부들을 덮칠 틈이 없다.

그나저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저잣거리가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보낸 잃어버린 시간들이 아깝지도 않은지, ‘잠룡들에 대한 국정운영 능력 검증보다 미주알고주알 과거사 들추기 이전투구(泥戰鬪拘)가 벌써부터 볼썽사납고 실망스럽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철학 아래, 명실공히 헌법 11항의 민주공화국을 완성할 사람. 누구처럼 내로남불의 지존(至尊)이 아니라, 삼권분립의 균형과 견제를 실현하며, 제대로 된 국민통합을 이룰 사람이, 선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뽑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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