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등 각종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희망 주다
지난 6월 ‘한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삼성호암상’ 시상식에서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60)가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을 수상했다.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 공학상, 사회봉사상, 의학상, 예술상 등 6개 부문에 대한 시상식이 이뤄졌는데 예술상은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했다.
강 교수는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출신으로 우리나라 뇌과학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석학으로 2012년 국가과학자로 선정됐으며 2018년에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강 교수는 뇌과학을 쉽게 설명해달라는 부탁에 “뇌과학이란 뇌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으며, 뇌의 기능은 무엇이고, 뇌의 부분 부분이 잘못됐을 때 어떤 질환이 생기며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뇌의 기능을 잘 파악해서 뇌보다 더 뛰어난 컴퓨터를 만든다든지, 인공지능을 연구한다든지 여러 가지 응용 가능성도 연구한다”고 덧붙였다. 30여년 뇌과학 연구에 매진해 온 강 교수는 기억이 재구성되는 장소와 과정의 메커니즘을 국내 처음으로 규명했으며 2018년에는 ‘뇌의 기억 저장 시냅스(synapse)’를 처음으로 관측해 냈다.
강 교수는 “뇌에서 기억이 저장될 때 세포들 간에 연결된 시냅스라는 뇌만이 갖고 있는 아주 특유의 구조물이 있는데 시냅스에 기억이 저장된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관측하고 증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뇌에는 1000억개가 넘는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뉴런)들이 존재해서 뇌 기능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 세포들이 서로 연결돼서 시냅스라는 독특한 구조물을 만들어 내고, 어떤 기억을 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면 시냅스에 변화가 일어나서 기억 정보가 저장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하며, 이런 과정이 잘못되면 기억을 망각하게 되거나 자폐, 우울증, 치매, 강박증,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 다양한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냅스 가소성 메커니즘을 밝혀냄으로써 이들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강 교수는 국내외 뇌·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2018년부터 2년 동안은 국제뇌과학기구(IBRO)산하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역내 뇌과학 학술활동을 지원했다.
그는 또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가 힘을 합쳐 유럽이나 북미와 경쟁할 수 있도록 올해 일본을 시작으로 격년제로 돌아가며 한중일 학술행사를 개최, 국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김승종 기자 kimsj@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