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뇌과학 수준과 위상 드높인 ‘독보적 권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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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뇌 기억 분야 연구 업적 탁월…‘삼성호암상’ 등 수상
향후 시냅스 기능 조절, 정신질환 치료 연구 집중 계획
“제주는 학문 교류 중심지, 제주 청년이 그 주역 되길”
강봉균 교수가 지난 6월 1일 한국판 노벨상이라 불리는 삼성호암상(화학·생명과학부문)을 수상했다. 

뇌과학은 뇌의 신비를 밝혀내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기능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기초 및 응용학문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져 왔다.

우리나라는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뇌과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 그는 뇌의 작동 원리를 시냅스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냅스 가소성 메커니즘으로 규명, 세계적 석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인 셀(Cell), 사이언스(Science), 네이쳐(Nature)에 발표돼 우리나라 뇌과학의 위상을 드높였으며 한국의 노벨상이라는 삼성호암상수상의 계기가 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강 교수가 이뤄낸 연구 성과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자폐, 우울증, 치매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뇌과학 연구에 입문

강 교수가 뇌과학 연구에 입문하게 된 것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 입학(1989)하면서다. 서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생물학과를 졸업(1986)한 그는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싶은 학문을 하자는 생각에 신경생물학(뇌과학)을 선택했다.

미생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식물발생학과 면역학, 신경생물학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가장 복잡하고 어려워서 지식이 많이 축적되지 않은 신경생물학을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뇌과학을 연구한 교수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어서 그는 뇌 기억 연구 분야에 독보적 학자인 에릭 캔델 교수의 지도를 받기 위해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 유학길을 떠난다.

에릭 캔델 교수는 바다달팽이(군소)를 이용한 세포내 기억 과정의 발견 등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인정받아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천신만고 끝에 에릭 캔델 교수에게서 지도를 받게 된 강 교수는 1992년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박사 후 연구 과정을 포함해 5년 동안 에릭 캔델 교수 문하의 연구실에서 뇌과학 연구 수련을 받게 된다.

그 후 모교로 돌아온 그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2004년 교수로 임명됐다.

 

뇌 연구에 매진하다

강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2년 군소를 이용, 기억이 안정적으로 재구성되는 장소와 과정의 메커니즘을 규명해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SCIENCE)지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되기도 했는데, 이 연구 성과로 사고 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교수 연구팀은 2018년 신경세포(뉴런)들이 연결된 시냅스에 기억이 저장되는 현상을 실제로 관측해냈다.

지금까지 학설로만 제기됐던 것이 강 교수 연구팀에 의해 실증된 것이다.

그는 실제로 기억이 저장될 때 뇌의 시냅스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직접 찾을 수 있었다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시냅스 가소성이 잘못되면 다양한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연구의 성과로 인해 자폐,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치료 가능성 등에 대해서 부분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 연구팀은 올해 뇌의 시냅스에서 공포 기억을 지우는 원리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 뉴런(Neuron)86일자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탁월한 연구 업적으로 강 교수는 2012년 국가과학자, 2007미래를 여는 우수과학자 10에 선정됐으며 2016년에는 대한민국학술원 학술원상, 2018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에 이어 올해는 화학·생명과학부문으로는 처음으로 삼성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했다.

 

신경정신질환 개선 연구 집중

강 교수는 시냅스의 변화가 기억은 물론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냅스의 기능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앞으로는 이 방법을 찾아내서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질환에는 자폐, 치매, 우울증, 강박증, 파킨슨 병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질환이 있는데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우울증은 항우울증 약이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치매 등 다른 질환은 좋은 약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로 인해 환자도 힘들지만 환자 가족 등 주변 분들도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질환을 완전히 치료를 못한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나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우리 인류에게 큰 축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어 그만큼 치료제 개발이 매우 어렵지만 그 과정이 갖는 의미가 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길인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그 방향을 향해서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의 길도 열릴까

강 교수는 지난 역사를 본다면 우리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들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치매를 정복하거나 예방하는 길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많은 개선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매는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있는데 현재까지는 좋은 치료제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승인 받은 치료제를 보면 증상을 대폭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호전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정도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치매 치료 효과가 아주 뚜렷하지 않더라도 치료약들이 나오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고, 앞으로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더 많은 연구 노력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신경정신질환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팀 블리스 박사가 2016년 서울대를 방문한 모습. 팀 박사는 신경과학에 탁월한 공헌으로 ‘The Brain Prize’를 수상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강봉균 교수, 팀 블리스 박사.

 

고향 제주의 의미는

강 교수의 고향은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다. 조수초등학교를 다니다가 2학년 때 제주시 광양초등학교로 전학한 그는 제주일중과 제주일고를 졸업했다.

그는 고향 제주는 나의 뿌리이고 근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어렸을 때 낙천에서 태어날 때부터 제주는 나의 뿌리와 근본이 됐고, 제주를 19살에 떠나 고향에 자주 가지 못해도 어렸을 때 제주에서의 느낌이 나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는 정보를 받아들여 시냅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사람마다 다르다. 살아왔던 환경에 의해 뇌의 시냅스는 다양한 패턴을 만들게 된다며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의 환경이 자신의 인격체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 청년에 대한 제언

강 교수는 옛날과 지금은 너무 다르다. 옛날에는 열심히 공부나 운동을 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청년들이 열심히 해도 잘 안된다하지만 모두 어렵기 때문에 기회를 역이용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목표가 있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제주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놓고 볼 때 그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한중일 삼국은 경제대국이며 아시아의 중심으로 EU에 버금간다삼국 교류에서 제주가 중심축이 될 수 있고, 학문적 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제주가 학문적 민간 교류의 중심이 되고, 제주의 청년들이 그 주역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승종 기자 ki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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