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자라는 과학과 항암제 발견
빠르게 자라는 과학과 항암제 발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우리는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의 방역기술은 뛰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기술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기술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팬데믹 상황을 종식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맞이하려면 백신과 치료제가 절실하다.

우리는 기술과 손재주 측면에서는 자긍심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도 노벨과학상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국가이다. 과학과 기술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은 목표가 정해져 있고, 올바른 해법들이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과학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대상으로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현상을 관찰하게 된다. 과학은 지식의 본체이다. 과학자들은 이론이라는 뼈대 위에 이 지식을 체계화한다.

미래에 이론은 새로운 관찰에 기초해 수정되거나 심지어 버려질 수도 있다. 과학은 빠르게 자라고 항상 변화하는 지식의 본체이다. 이론은 과학적 지식을 체계화한다. 또한 이론은 이론에 기초한 예측을 할 수 있게 해주어 유용하다. 이론에 기초한 예측은 실험을 통해 시험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대상에 대한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항암제 발견의 단면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1965년 미시간 주립대학의 로젠버그(Barnett Rogenberg)는 전기장이 박테리아의 성장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다.

로젠버그와 그의 공동 연구자들은 전기장 내에서 박테리아가 분할하지 않고도 성장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 연구진은 박테리아가 분할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위해 pH와 온도 등을 변화시켜 가며 많은 관찰을 했다.

전하를 발생시키기 위해 사용한 전극도 관찰 대상이었다. 이 전극은 반응성이 없는 백금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관찰 결과는 백금 금속의 일부가 산화돼 박테리아의 기형적인 성장을 일으키는 산화반응 생성물은 다이암민다이클로로백금(II), [Pt(Cl)2(NH3)2] 분자 이었다.또한 cis-기하이성질체만 이 현상에 대한 활성을 나타냈다.

원자 간 결합 때문에 수많은 화합물이 존재하고, 이 화합물의 구조 때문에 다양한 물성과 응용분야가 펼쳐진다. 백금을 중심으로 두 개의 염화이온과 두 개의 암모니아가 서로 trans 위치에 있는 것은 비활성이지만, cis 상에 점하고 있는 것은 활성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백금 화합물의 생물학적 활성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것은 세포의 분할을 방해했기 때문에 항암제로서의 활성을 시험했는데, cis-[PtCl2(NH3)2]이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현재 이 화합물은 시스플라틴(cisplatin)이라는 이름으로 암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이 물질의 효능은 cis-(H3N)2Pt단위가 DNA 단위에 결합해, 더 이상의 DNA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스플라틴은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돌파구가 됐지만, 때로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반복·복용할 때 효과도 감소했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백금과 결합하면서 더 낮은 독성을 갖거나 다른 개선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다른 화합물을 찾게 됐다. 우리가 원했던 대로 시스플라틴에서 염화 음이온을 다른 것으로 치환했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그중에 독성이 덜한 새로운 화합물은 카보플라틴(carboplatin)이다. 화학은 지금도 빠르게 자라고, 변화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