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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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렌터카들이 참 많다. 휴가철을 맞아 숨 쉴 곳을 찾아 제주도로 내려 온 사람들이다. 며칠 쉬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한 달 살기, 혹은 일 년 살기로 내려온 이들도 적잖게 많아 제주도는 또 한 번의 변혁기를 맞은 셈이다. 어찌하든 이곳에서 진정한 쉼을 얻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제주도는 마을마다 팽나무 밑에 돌을 쌓아 여럿이 앉을 수 있게 만든 쉼팡이 있었다. 짊을 지고 가다가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쉬는 곳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쉬는 동네 사랑방이 되던 곳이다. 지금은 넓어진 도로로 혹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흔적조차 없어져 버린 곳이 많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힘이 들면 어디서든 잠시 짐을 내려놓을 쉼팡이 여전히 필요하다.

운반해야 할 무거운 짐은 이제는 운반기계가 하고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무게는 어쩌면 더 무거울 수 있기에 어디서든 잠시 쉬어갈 쉼팡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제주 속담에 짐을 진 사람이 팡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잠시 숨을 고르며 힘을 얻을 수 있는 쉼팡은 어디인지, 무엇이 팡이 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어떤 이들은 쉼팡을 찾아 여행을 가거나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 쉼팡이 되어 숨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어느 장소가 되었든 무엇을 하든 몸과 마음에 쉼을 얻을 수 있는 쉼팡을 꼭 찾아 주저앉기 전에 쉬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살다보면 쉴 때를 놓쳐 비틀거리며 쉼팡을 찾을 여력마저 잃어버릴 때도 있다. 비틀거리는 사람들에게 의지가 될 쉼팡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노랫말에서처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거라고 한다. 말 한마디가 큰 의지가 되어 숨이 멈춰버릴 상황에 숨구멍을 뚫어주기도 하고 그냥 곁에서 묵묵히 함께 있어만 주어도 의지가 되는 팡이 될 때가 많다.

언젠가 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어머니가 안아주면서 다 살아진다고 했던 그 한 마디가 캄캄했던 삶에 빛이 되었던 때를 지금도 기억한다. 어머니는 자식이 아파할 때 더 힘이 든다는 것을 어머니가 되고서 알았다. 그럼에도 흔들림이 없는 큰 나무가 되어 우리가 언제든지 기대어 숨을 고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던 의지였다. 이제는 우리도 누군가가 기대어 쉴 수 있는 흔들림이 없는 큰 나무로 쉼팡이 되는 삶이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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