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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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 원장님 잘 지내시지요? 이렇게라도 통화하니 좋네요.”

유리알처럼 맑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낭랑한 목소리에 순간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정말 반가웠다. 요즘은 목소리로 소통하지 않는 세상인데 직접 통화를 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현직에 있을 때는 업무로라도 통화했지만 이제 별로 만날 일이 없는 K 교장과의 통화는 그렇게 이루어졌었다.

뜨락에 능소화가 흐드러진 어느 날 오후로 기억된다. 난 손녀와 놀고 있었다. 아니 놀고 있었다기보다 스마트폰을 빼앗기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어쩌랴 교육적(?)으로 놀아줘야 하는데 난 그럴 자신이 없었다. 소위 교육을 40년이나 했다는 사람이 손녀 하나 어쩌지 못하니 40년 세월을 한탄할 따름이다. 놀아줄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매번 스마트폰이 손녀에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능숙한 손놀림이 보통이 아니다. 아직 30개월도 채 되지 않은 어린 것이 제 입맛에 맞는 동영상을 척척 골라보는 걸 보면 필시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 DNA를 타고난 듯하다. 하지만 아직 미숙하다 보니 유튜브 채널을 서핑하다 결국 SNSK 교장에게 동영상이 전송되고 만 것이다.

콩순이 율동 교실풀 버전을 전송받았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니 나도 적잖이 당황했다. 어쩌면 상대방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즉시 전화를 했다. 내 손녀가 보낸 거라고 한번 클릭해보시길 권한다는 농담과 함께 근황까지 물으며 그렇게 통화는 끝이 났었다.

바야흐로 스마트시대를 넘어 모든 활동이 온라인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메타버스(metaverse) 세상이 오고 있다. 3차원 가상세계에 살고 있으니 나이 든 사람들은 노인세(?)를 내고 싶지 않으면 SNS에 친숙해지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나도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실물탑승권을 소지하지 않고 비행기를 탄 지는 이미 오래다. 노인치고는 꽤 SNS에 능숙한 편이 아닌가? 하지만 모든 가상 공간이 ID와 비밀번호까지 요구하고 있어 이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러니 비밀번호가 필요할 때마다 백전백패다. 노인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수십만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도 수두룩하고 연수익 몇억은 우습게 벌리는 세상이다. 이러니 그토록 우아한(?) 종이책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 아닐까? 내 손녀가 살아가는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종이책 모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불잉걸에 데인 듯한 열기가 느껴지는 저녁이다. 잠시 밖으로 나와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그리운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손녀가 K 교장에게 동영상을 보낸 것은 그리운 사람들과 더 소통하라는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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