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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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자귀나무 연분홍 꽃이 곱게 피었다. ‘자귀낭꽃 피민 장마 진다라던 어린 시절 할머니 말씀이 또렷이 생각난다. 해마다 6~7월이면 찾아와 모든 걸 축축하게 만드는 장마, 나는 이 말이 한자어라고만 생각했다. 지루하게 긴 장마였기에 당연히 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는 우리 고유어여서 사전에는 그냥 우리말 장마라고 표기되어 있다.

장마란,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비 혹은 이를 가리키는 현상을 말한다. 한자어로는 구우(久雨), 임우(霖雨), 혹은 적림(積霖)이라고도 한다.

보통 6월 말부터 주로 7월 말까지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내리는 비를 가리켜 매우(梅雨)라고도 한다. 매우(梅雨)는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장마가 늦게 시작되는 경우 지각 장마, 강수량이 적은 경우 마른 장마, 비가 내리는 날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마라톤 장마라고 표현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장마에 대해 조사하면서 나는 우리말 어휘의 풍부함과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나의 어휘력이 모자람을 반성하기도 했다.

비의 종류에는 잔비’, ‘실비’, ‘싸락비’, ‘발비’, ‘여우비’, ‘먼지잼’, ‘누리’, ‘해비’, ‘바람비’, ‘도둑비’, ‘단비’, ‘약비’, ‘웃비’, ‘떡비’, ‘잠비’, ‘꿀비’, ‘모다깃비’, ‘가루비’, ‘작달비’, ‘개부심’.

이렇게 적어가다가 비꽃에 이르러 아! 하고 감탄하고 말았다. 당연히 꽃비라야 할 텐데 뒤집어 비꽃이라니! ‘비꽃이란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시작될 때 몇 방울 꽃처럼 떨어지는 비를 뜻하는 말이란다. 이 고운 우리말을 내 시에 한 번도 쓰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개부심’, ‘여우비’, ‘모다깃비등은 직접 찾아보시길 권한다. 그냥 알려주고 싶지 않은 나의 심술이 조금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양면이 있다. 말라붙은 저수지를 가득 채워주는 고마운 장마이기도 하나 홍수로 모든 것을 잃게 하는 뼈아픈 장마이기도 하다. 습도가 높은 데다 온도까지 높으니 불쾌지수가 말이 아니다. 화를 내기 전에 잠깐만.

유리창에 부서지는 빗소리는 아름답고 감나무잎에 굴러떨어지는 바람 소리는 환상적이다. 거미줄에 앉은 빗방울은 더욱 영롱하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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