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사랑
신인류의 사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한희정 시인

다섯 살 손녀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휴대폰으로 동영상 만화를 보느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보다. 섭섭한 건 잠시, 폰 메뉴판을 척척 밀어내는 고사리 손이 기특하기만 하다. 엄마 뱃속부터 폰으로 태교한다는 말이 우스개소리만은 아닌 듯하다.

포노 사피엔스, 즉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는 검색의 귀재로 새로운 능력을 지녔다. 지금 당장이라도 모르는 단어나 내용을 검색을 통해 찾아내는 정보 습득은 물론, 인터넷 서핑을 통해 생각의 크기와 상상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무궁무진한 세계를 잘 활용하고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진정한 실력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인 거다.

베이비붐 세대라고 일컫는 필자의 세대는 낀 세대라는 문화 급변기의 사이 세대로 구분되기도 한다. 앞만 보고 꾸역꾸역 달려오다 보니 이제 노인세대가 되었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기존 오프라인 문명과 디지털 문명 사이, 큰 변화의 시기를 헤매고 있는 세대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신문명에 눌려 주저하거나 밀려나 추락할 세대는 더더욱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문명의 교체기는 더 앞당겨졌다.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모바일 세대를 상대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는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고 외롭다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일상생활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기록하고 SNS에 올려 공유하는 일이 많아졌다. MZ세대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 60·70대 시니어 유튜버들의 활동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음식, 여행, 시골생활, 가족의 일상 등 소박하면서도 특유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디자이너 출신의 70대 장명숙 할머니도 패션 유튜버다. ‘밀라논나라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세련된 코디법과 쇼핑 팁, 브랜드에 대한 전문 지식 등을 소개하고 구독자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하는, 시니어만의 풍길 수 있는 분위기와 아름다움으로 소통하는 그 구독자 수는 가히 놀랄 만하다.

부모님세대부터 MZ세대 더 나아가 알파세대라 불리는 손자녀까지 어느 세대든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스스로 깨어 있고 행동하는 일이다. 동등한 입장으로 인정하고, 눈높이 대화로 친구 같은 세대가 되어야 한다.

카페 한쪽에서 서너 명의 할머니들이 폰 속에 저장된 사진 자랑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신인류 손주들과 영상 통화하는 모습이야말로 요즘 트렌드다. 감각은 본능을 낳고 경험은 지혜를 낳는다고 한다. 하다보면 된다는 말일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고 하잖는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