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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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수필가

온화한 기운이 피부에 와 닿고, 눈길 머무는 곳마다 화사함과 더불어 나날이 푸르러가는 싱그러움이 그득하다. 호시절 5월은 역시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래서일까. 미증유의 괴질이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치여 가뜩이나 침울했던 마음들을 훌훌 털어내고 나들이 나서는 인파가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어디 도민들뿐인가. 꽤 이름이 알려진 해안가나 유명 관광지엔 주차할 공간을 찾기 힘들 만큼 렌터카들이 즐비한 모습을 보면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도래할지 모르는 작금의 위기 국면이 타국의 이야기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물론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고는 하지만, 잇달아 발생하는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도민들의 마음이 심란하고 공연스레 불안한 게 사실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방역이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궁경(窮境)에 빠진 현실이 무척 씁쓸하기만 하다.

이유야 어떻든 상춘객들의 발길은 오늘도 산과 들을 향한다. 화사하게 핀 철쭉의 자태와 신록이 뿜어내는 상큼한 피톤치드(Phytoncide)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어디 그뿐이랴. 언제 보아도 어머니 품처럼 온화하게 다가오는 오름은 하늘이 선량한 제주도민에게 부여한 신의 선물이 아닌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름은 우리 고장에만 존재하는데, 어학적으로는 오르다의 명사형 표현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제외하고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 작은 화산체(小火山體)로서 화구를 갖고 있는 독립화산체(獨立火山體)나 기생화산체(寄生火山體)를 지칭하는 제주어다. 언뜻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작은 언덕이나 동산 같은 느낌을 품은 알토란같은 말이라 하겠다.

기록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일 것이다. 오름의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민들은 자그마한 산도 크게 보아 오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보배 같은 오름이 경작지 확대, 지나친 산행, 무분별한 송이 채취, 도로 개설과 송전탑 설치 등으로 훼손되는 사례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처럼 차제에 모든 오름들이 철저히 보호·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묵정밭처럼 보일지라도 자연은 스스로 깨끔스런 모습으로 잘 다듬어간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오름다운 오름들이 오래도록 제 빛을 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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