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묵념 사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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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사이렌은 많은 공기구멍이 뚫린 원판을 빠른 속도로 돌려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장치, 또는 그 신호, 경보 따위를 말한다. 사전적 정의가 그렇다. 보통은 신호나 경보를 알리기 위해 날카로운 음향을 내는 장치나 소리로 알려져 있다. 어원은 세이렌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의 이름이다.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 모양이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침몰케 하고, 그들을 바다에 수장시켰다. 트로이아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이 활동하는 지역에 다다랐을 때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틀어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해 목숨을 건졌다.

▲그로부터 3000년 가량 지난 1819년, 프랑스 물리학자 카냐르 드 라 투르는 오늘날과 같이 일정한 음높이의 소리를 내는 경보장치를 발명한다. 그는 기계 이름을 사이렌이라고 했다. 그리스 신화의 마녀가 소리로 사람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 데 착안해 그 이름을 따다 붙인 게다.

비상사태와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긴급하게 일정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뜻이였다고 한다. 그 뒤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던 사이렌의 소리는 인간을 위험에서 구해주는 소리가 됐다. 이전까지는 호각, 북, 종, 횃불 등이 그 기능을 수행했다.

▲사이렌은 공기분사의 원리를 이용하며 그 소리는 굉장히 멀리 퍼진다, 거기에다 소리가 매우 거슬리고 자극적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 위급한 상황 등을 전하거나 경고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이유다. 소방차나 구급차(앰뷸런스), 순찰차 등의 사이렌이 그 예다.

민방공 대피 훈련 시에도 사이렌이 활용된다. 경계경보 땐 1분간 평탄음, 공습경보 땐 5초 상승 3초 하강으로 3분간 파상음이 울린다. 현충일 추념식 등 각종 추모 행사에선 묵념 신호로 쓰이기도 한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엔 오전 10시부터 1분간 대한민국 전역에선 사이렌 소리에 맞춰 온 국민이 묵념을 올린다.

▲올해로 제주4ㆍ3이 70주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4ㆍ3희생자 추념일인 4월 3일 오전 10시부터 1분 동안 전 도민이 추념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린다. 현충일을 빼고 제주 전도에 걸쳐 묵념 사이렌이 울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묵념 사이렌은 도내 46곳에 설치된 경보기에서 울린다. 4ㆍ3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미래 세대에게도 4ㆍ3의 아픔을 공유하게 하려는 취지다. 그날 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춰 4ㆍ3희생자 추념에 적극 동참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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