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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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대우
어제(15일)는 31년 전 당시 치안본부(경찰)가 스물두 살의 대학생 박종철군 사망을 공식 발표한 날이다.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1월 14일 책상을 ‘탁’ 치니 갑자기 ‘억’ 소리를 내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꽃다운 나이의 한 젊은이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선배의 소재를 캐묻는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경찰은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했지만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켰다.

▲제5공화국 말기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최근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1987’이 흥행하면서 새삼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달 27일 개봉 이후 이달 14일 현재 관객 수 578만명을 넘어섰다.

극장에서는 한 사람이 죽고, 모든 것이 변화하면서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뜨거운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은 증거 인멸을 위해 박 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당직이었던 최 검사(하정우)가 이를 거부하고 부검명령서를 발부한다.

사건을 취재하던 윤 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 처장은 조 반장(박희순) 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이런 가운데 조 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 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막후에서 도움을 준다.

새내기 대학생 연희(김태리)도 눈에 띈다. 현실에서 비켜서 “가족들 생각은 안해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고 말하던 연희는 선배 이한열(강동원)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맞았다는 신문 1면을 보고 거리로 뛰쳐나간다.

▲‘1987’은 6월의 광장으로 이어지는 강한 울림까지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보통사람의 희생과 용기 있는 선택이 직선제 개헌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 감격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해 대통령선거에서 야권이 분열하면서 군부 출신이 다시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다.

그 후 민주화의 역사는 한 걸음씩 내딛는가 싶더니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 후퇴했다. 현실과 거리를 두었던 제2·제3의 연희는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결국 촛불 민심은 광장으로 향하면서 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국민이 주인 되는 정의로운 나라 만들기 과제가 다시 눈앞에 놓였다.

1987년 ‘민주화 열기’를 결실로 맺지 못한 과거 실패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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