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채소 수확철만 접어들면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과잉생산으로 멀쩡한 농작물을 갈아엎는 광경이다. 농가 입장에서 여간한 시름이 아니다. 올해 역시 월동무와 당근의 과잉생산으로 처리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장 가격 폭락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급기야 시장 격리와 비상품 유통에 대한 단속이 취해진다고 한다.

보도를 보면 과잉생산된 월동무에 대한 산지 폐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이다. 1차 물량은 2324t이다. 올해산 월동무 예상 생산량은 31만2500t으로 지난해에 비해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근 역시 작년보다 56%나 불어난 5만3000t이 생산될 것으로 점쳐졌다. 벌써부터 가격 폭락이 우려돼 농가 근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제주농협은 월동무의 산지 폐기 조치에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추가 물량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한 당근은 오는 16일 생산자와 유통인 간 간담회에서 시장 격리 물량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해당 조례를 근거로 비상품 유통을 단속하는 카드도 꺼내든다고 한다. 무는 1㎏ 미만이거나 2.2㎏ 초과, 당근은 70g 미만이거나 700g를 초과하면 비상품으로 규정돼 출하가 금지된다. 가격 지지를 위한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제주산 월동채소류는 전국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 2016년 기준으로 월동무는 77%, 당근은 56%를 차지한다. 여건상 육지부는 겨울철에 노지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힘들다. 월동채소가 도내 농가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요인이다.

허나 수확철만 되면 농민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해마다 작물만 다를 뿐 과잉생산으로 가격폭락 사태가 빚어지는 탓이다. 실제로 작황이 좋으면 소득이 올라야 할 텐데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을 겪고 있는 게다. 산지 폐기 같은 땜질 처방이 반복되는 이유다. 농가들이 농사를 지으며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이다.

이렇듯 요즘은 풍년이 들어도 웃을 수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이런 식이라면 농정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적정생산을 위해선 재배의향 조사와 수요 예측, 재배면적 관리가 1차적인 과제일진대 매번 그게 잘 안된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 것인가. 계약재배를 늘리고 대체작물을 보급하는 등 영농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