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과 두보를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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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서울대에서 강연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이백의 유명한 시 ‘행로난(行路難·인생길 어려워라)’의 시구인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큰 바람이 물결을 헤치면 구름 돛 달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리)를 인용하며 한중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우호협력의 돛을 함께 달고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항해한다면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받는 ‘시선(詩仙)’ 이백.

그는 ‘행로난(行路難)’ 3 수를 지었는데 시 주석이 인용한 명구(名句)는 첫 수의 마지막 두 구절이다.

이 시구의 앞 구절은 ‘행로난 행로난 다기로 금안재’(行路難 行路難 多岐路 今安在·인생길 어려워라 인생길 어렵다. 갈림길도 많은데 지금 어디인가)이다.

중국인들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나가면 반드시 원대한 꿈이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이 시구를 자주 인용한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지난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그동안의 사드 갈등을 봉합했다.

청와대는 “우리 요구가 대부분 반영된 잘된 합의”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야당은 중국은 사드 보복을 사과하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불참’, ‘사드 추가 배치 불허’, ‘한·미·일 군사동맹은 없다’는 ‘3 NO' 원칙에 사실상 합의한 것은 안보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계와 관광업계 등은 한중 관계가 풀릴 것으로 전망하며 들뜬 분위기다.

제주사회도 중국 자본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장의 공사 재개와 대규모 중국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가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그럼에도 사드 보복 ‘몽니’를 부린 중국의 태도는 대국답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반드시 산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의 작음을 보리라’(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이백과 쌍벽을 이루는 ‘시성(詩聖)’ 두보의 시 ‘망악(望岳)의 마지막 구절이다.

2006년 4월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은 미국 측이 거듭 결례를 범하자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주최한 환영 오찬에서 이 시구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한국인들도 또다시 사드 보복과 같은 피해를 당하면 당당하게 이 시구를 인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시 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이백의 시구를 읊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이백과 두보의 명시가 헛된 의미로 쓰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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