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방자치법은 2개년 12월 말 인구가 지속적으로 50만명 이상을 유지한 기초자치단체를 ‘대도시’로 분류해 각종 결정 권한과 특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인구 50만명을 넘더라도 제주시로선 ‘남의 집 잔치’에 불과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하부 행정기구인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여서 각종 권한과 특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구 50만명이 되면 의회가 없는 구(區)를 설치할 수 있지만 제주시는 예외가 된다. 반면 전주ㆍ안양ㆍ청주시는 50만명을 돌파하자 2개 구(區)를 설치하는 등 행정구역을 개편해 외연을 확대했다. 상향된 조정교부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는 거둔 도세와 지방소비세의 47%까지 중앙정부로부터 배분받는다. 그 이하는 27%에 그치고 있다.
조직 강화와 인력 확대도 물 건너가게 된다. 35명 내외의 공무원을 증원해 1개 국을 추가 설치할 수 있고, 지방부이사관(3급)인 부시장 직급도 지방이사관(2급)으로 오를 수 있으나 제주시는 그림의 떡이다. 30만㎡ 이상의 산업단지 지정, 10만㎡ 이상의 주택 건설 및 택지 조성, 도시계획시설 인가, 10년 단위 도시ㆍ주거 정비기본계획 수립 등의 권한도 갖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인구 50만명 시대에 대비해 마련한 제주시 미래전략 중 예산 및 인력 확충 분야는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갑갑한 노릇이다. 인구 50만명 시대를 맞이해도 나아지는 게 없이 되레 행정여건만 악화되는 것 같아서다. 2006년 특별자치도 시행에 앞서 행정시의 한계점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도민사회 일각에선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 부활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허나 아쉽게도 이와 관련된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제주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언제 공론화의 불이 지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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