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엘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얼른 우도를 주머니에 넣고 와버렸습니다. 지도에서 사라진 우도, 집으로 오는 길은 축축했습니다.

바닷물을 뚝뚝 흘리는 섬, 우도를 잃어버린 바다가 꿈까지 찾아와 철썩거립니다. 우도를 내놓으라고 호통을 칩니다. 헌데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온데간데없습니다. 바다는 더 세게 으르렁거리고 꿈자리가 사납습니다. 주머니를 뒤집어보니 작은 구멍 하나 나 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디선가 빠뜨린 모양입니다. 그래도 바다는 물러가지 않고 밤새도록 으르렁거립니다. 옆구리를 철썩철썩 후려칩니다. 지도에,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에 초록의 사인펜으로 가만히 섬을 그려 넣습니다. 금세 파도가 잔잔해집니다.

 

-초록섬/변종태

 

 

   
▲ 1884년 우도 개척자 김석린 묘 앞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도 난장 첫날, 저녁식사 후 면사무소로 향한다. 난장 멤버 김순이 시인의 ‘제주해녀문화’ 특강이 있어서다. 숙소에서 꽤 먼 길, 길가 야트막한 밭담 너머 우도땅콩밭 풀벌레들의 합창과 열여드레 달밤이 섬의 운치를 더한다.

 

제주해녀문화가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온평리 해녀들은 ‘학교바당’을 정해놓고 공동물질 수익금으로 소실된 초등학교를 지어줬고, 회비 못 낸 학생을 지원하자 학교는 해녀공로비를 세웠다.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위원회 부위원장 김순이 시인도 어릴 적 외할머니로부터 해녀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슬라이드를 통한 해녀들의 몸짓이 새롭게 와 닿는다. 저녁식사 후라 졸릴 법도 한데 조는 사람조차 없다.

 

   
▲ 나종원 연주자가 색소폰 연주로 ‘칠갑산’과 ‘you raise me up’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해녀 공동체 문화는 입어 관행인 동시 행동부터 규율이 엄격하다.

 

예전 불턱 문화의 속살, 바람에 연기 닿지 않는 쪽이 상석인 대상군의 자리이자 해녀문화 전승의 공간이다. 대상군은 덕성과 포용력을 겸비한 자여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상·중·하군의 바다로 나눠 수심에 따른 약자의 배려는 큰 미덕 중 하나다.

 

1932년 일본인들의 해산물 착취에 시위가 발발하자, 우도 해녀들이 주도적 참여로 대대적인 집단 해녀항일운동이 전개되고 강관수 씨가 옥중에서 작곡한 「해녀가」는 아직도 해녀들 사이에 불린다.

 

제주해녀는 제주여성의 억척스러운 삶의 상징이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험한 바닷속 보석을 캐어 집안의 가장 역을 도맡던 여인들. 수심에 따라 수압차가 달라 삶과 죽음의 경계 넘나드는 바다밭, 30킬로 이상의 태왁 아래의 수확물을 거들기 위해 온 가족이 때맞춰 마중하던 온기도 느껴진다.

 

어렵고 힘든 시절 애기 낳고 사흘 만에 물질에 나서야 했던 「해녀 금덕이」 실화를 비롯한 속울음 흥건한 제주 바다도 배운다.

 

우도 영등굿에도 정성이 깃든다.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은 제주의 농업과 어업을 관장하는 신으로 2월 초하루, 제주의 복덕개 포구로 들어와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제주 전역을 돌다, 2월 보름에 우도로 나가기 때문이다.

 

   
▲ 손희정·김정희 시 낭송가가 변종태 시인의 시 ‘초록섬’의 낭송과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숙소로 돌아오자 발코니에 난장 식구들이 분주하다. 활소라로 회와 구이, 우도의 밤을 위한 허영숙 난장 사진 작가가 마련한 물건들로 즐비하다. 어느새 탁자 가득 우도팔경 중 야항어범, 고기잡이 나간 어선들도 열 지어 난장의 밤을 거든다.

 

다음 날 난장을 위한 걸음, 쾌청한 하늘과 깊어진 푸른빛 바다와 초록 잔디의 어울림이 시원스럽다. 초록섬 분화구 주위로 둘러앉자 짙푸른 바다빛이 예사롭지 않다. 어느 바다밭 경계 넘나들다 숨 비우는 소리 ‘호오이~’ 끼어들 것 같고, 멀찌기로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에 풀 향기도 언뜻언뜻 묻어올 법하다.

 

바람난장 개시를 눈치 챈 우도봉 등대가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다.

 

나종원의 색스폰 연주로 「칠갑산」, 「you raise me up」을 감상하고, 변종태 시인의 「초록섬」을 손희정, 김정희, 김순덕의 합동낭송으로 이어진다.

 

참석한 고미선 우도 남훈문학관장의 인사와 마련해온 떡도 함께 나눈다.

 

   
▲ 우도봉분화구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의 모습.

난장을 마칠 즈음, 참관한 무릇꽃, 엉컹귀꽃, 노란 딱지꽃, 보란 듯 드러누운 한 송이 노란 개민들레꽃의 뒷모습도 햇살에 눈 부시다.

 

글=고해자

그림=강부언

사진=허영숙

연주=나종원

시낭송=손희정·김정희·김순덕

 

 

※다음 난장은 10월 14일 오후 7시에 서귀포 새연교에서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