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통제의 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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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 前수원대 법대학장/논설위원

나는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1950년대는 물론 그 후 1960~70년대의 못 살던 시대의 물가통제를 잘 알고 있다.

생산시설과 기술의 부족으로 자고 나면 기초생활필수품 가격마저 오르던 시절에 물가통제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고, 서민생활의 기초적 안정을 도모하는 정부의 필수적 기본정책의 하나였다.

그러나 생산증가·수출증가, 자본형성의 필요성 등에 따라 물가통제는 점차 줄어 들었고, 1990~2000년대 후에는 국가경제를 병들게 하는 사치품 기타 몇 가지 물품을 제외하고는 물가를 생산과 소비의 일치라는 메커니즘에 맡기는 이른바 시장경제(市場經濟)의 흐름에 한국 경제도 뛰어 들었다.

흔히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자유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술발전 유도와 경제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고 또한 필요한 것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의 기초이론으로 독·과점이 합리화되고, 정경유착과 관료유착이 뒤따라 온다면 서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배분적 정의는 실종된다.

우리는 여기서 지난 40여 년간 물가통제와 기타 규제를 완화시켜 온 정책의 공과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돌이켜보건대 1960년대 이후, 우리는 경공업으로 수출에 힘을 쏟아 살길을 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관세를 감소시키고 물가통제를 지양(止揚)해왔다. 그 결과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수출에 필요한 기간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그러나 50년 가까이 음성적인 정경유착이 지배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높다.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되어 있지만 주로 독과점의 폐해와 정경유착은 경제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해 온 대기업들로 하여금 시장지배를 허용하게 하였고 이는 성과가치(成果價値)의 편중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했다.

나는 최근 정부가 나서서 통신 기업의 통신료를 규제한 것은 오랜 독·과점의 병폐를 시정하려는 정책의 하나로 보고 싶다. 이를 두고 어떤 신문이 “정부가 통신비도 정하는 신 관치시대” 운운하는데 그것은 서민을 못 살게 하면서 기업을 살찌게 하는 경제상황을 방치하라는 구태의연한 태도라고 본다.

지금 우리는 교통요금·필수생활 소비품 등의 가격을 함부로 높일 수 없게끔 규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긴 하나, 독·과점 기업의 통신요금도 생활필수 용역의 가격이다. 이를 규제하는 것은 잘못된 정의(正義)를 바로잡으려 하는 노력으로 보면 논리의 비약일까.

지금 새로운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소기업 하도급 개선, 부당내부거래의 방지, 중·소상인의 영역에 대한 대기업 침투 방지, 부동산투기의 방지 등 적폐 제거에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이제 기업성장과 투자유치를 이끌어 낸다는 명분으로 물가상승을 합리화 시켜주었던 정책을 각 분야에서 신중히 재검토하여야 할 때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천명한 결과의 정의를 실현하는 정책이 된다는 의지를 가지고, 더욱 더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 물론 지나치게 시장상황을 무시한 물가규제가 성과가치의 정의를 넘어서 국제경쟁에 역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는 바이다.

나는규제·통제가 심하면 관치 국가가 되고, 대기업들의 독·과점을 합리화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규제와 통제를 두서없이 완화시키면 인체 속에 나쁜 음식을 계속 먹는 어린이를 방치하여 결국 병에 걸리게 만드는 것과 같다고 본다.

지금 새 정부가 규제와 통제에 있어서 관행처럼 누려온 독·과점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다. 정부는 각종 통계를 가지고 설득하여 시정하는 노력을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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