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의 운명
카네이션의 운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카네이션의 꽃말을 보면 붉은색은 사랑·존경, 분홍색은 열애, 흰색은 추모를 뜻한다.

어버이날에 붉은 카네이션을 부모님의 가슴에 달아드리는 전통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10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자비스라는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 추모식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에게 나눠주며 어머니날 제정을 촉구한 게 출발이다. 1914년 윌슨 대통령이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공포, 세계 각국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에선 1956년 정부가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이어 1973년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를 포함하는 어른들을 공경하자는 취지의 ‘어버이날’로 거듭났다.

‘스승의날’에도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선물한다. 스승을 존경하는 한국 문화의 산물이다.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5월 가정의 달에 바치는 카네이션의 종류도 세월 따라 다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을 땐 엉성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색종이 카네이션이다. 조금 더 자라면 문방구 등에서 파는 헝겊 카네이션, 그 다음엔 생화로 변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살아 계신 어버이에겐 붉은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돌아가신 분의 영정엔 흰 카네이션을 놓는 전통이 그것이다.

안타까운 건 해마다 5월 특수를 누렸던 카네이션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거다. 연간 소비량의 약 50%가 이 기간에 집중됐다. 하지만 전년 대비 올해 거래금액은 29%, 거래물량은 27%나 줄었다. 카네이션에 먼지가 쌓여 농가들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정도라고 한다.

무엇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안 그래도 ‘선생님께 카네이션도 드리면 안된다’는 김영란법 서슬이 퍼렇다. 그런 탓에 선물과 뇌물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

본디 선물의 본령은 감사하는 마음일 게다. 꽃으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게 범법이 되는 현실이 과연 타당한 걸까. 제자와 스승 간 인간애까지 끊게 하는 게 청렴사회로 가는 길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너무 뻣뻣하고 범위도 너무 넓다. 꽃가게, 음식점, 농축산업자 등이 괜히 죄인인 양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젠 종이 카네이션마저 위법이라고 하는 마당이다. 법으로 소소한 선물까지 규제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을 완화시키는 일,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