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리스트
후회리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운진/제주학생문화원장, 동화작가

지난해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정말 다사다난하고 참담하기까지 한 일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허공에서 흩어진다. 혼란스러운 한 해가 가고 있다. 태음력을 기준으로 볼 때 진정 이제야 세밑이기 때문이다. 나랏님이 저지른 많은 일들이 국민을 경악케하고 공정한 사회체계가 무너진 요즘 세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권력과 자본이 뭐란 말인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우리는 어이없는 일에 너무 분개하지 말고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평상심을 되찾고 뒤돌아보며 후회리스트를 만들지 않는 새해를 맞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난 지난 세밑 마지막 날 석굴암에 올랐었다. 2016년을 보내며 나 자신도 참회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바세계에서 피안의 위안을 얻으려 함이었을까? 오르며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그때는 참았어야 했는데, 그때 실천했더라면, 그때 조심했더라면, 그때 따뜻하게 대했더라면, 그때 왜 좀 더 다정하게 말을 하지 못했을까? 그때, 그때…. 그러나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 않은가? 또한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현재는 얼마든지 수정 할 수도 있었는데 후회만 쌓일 뿐이다. 그날따라 갈까마귀 소리가 깊은 정적을 깨며 나를 흔들어 깨웠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의 조언이 갈까마귀 소리에 실려와 메아리가 된다.‘과거가 찬란했고 미래가 빛난다해도 현재에 노력하라!’그렇다. 현재가 중요하다. 레흐 톨스토이가 말한 지금 현재,지금 만나는사람,지금 하는일이 중요함을 깨닫고 일상을 잘 보낸다면 후회리스트는 없는 것이 아닐까?

 

정유년 새해 젊은이와 구직자들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문득 떠오른다.

 

구지부득(求之不得). 오죽했으면 젊은이들이 구지부득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을까? 아무리 구해도 얻지 못하고 먹고 사는데 걱정이 많은 이 혼용무도의 사회에서 그들이 선택한 사자성어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내가 만난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하지 못한 회한이 또 밀려온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웃들, 젊은 구직자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대공지정을 소리 높여봐야 무슨 소용이랴?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힘든 국민들에게 이제 그만 평상심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다독이는 정치인이 있는가? 블랙리스트만 충정(?)으로 만들었지 한 일이 없다. 그들이 성찰하고 진정 참회할 때 국민들 후회리스트는 만들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밑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며 절망하는 젊은이가 있는 한 우리 사회의 평안은 요원하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추위보다 더 냉혹한 삶의 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절망과 좌절에 앞서 내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곧 대한이다.우리 속담에 대한(大寒) 추위가 지나면 양춘이 온다고 했던가? 힘찬 목울음소리로 새벽을 여는 닭처럼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 그리고 이제 어깨를 펴자.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 이 시간 지금 하고 있는 소소한 일상에 충실할 때 세밑 후회리스트는 없다는 걸 명심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