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과대학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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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 前수원대 법대학장/논설위원

얼마전에 헌법재판소가 누구나 응시의 기회가 부여되는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졸업자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가 합헌이라 밝혔다.

그러나 ①법학이 독학이 능한 학문임에도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법조인의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영어 등 몇 개 분야를 참고하여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과연 타당한가.(기회균등의 원칙에의 위배여부)

②제도의 내용이 법학이기주의적으로 되어 있는 것은 국가적 견지에서 옳다고 볼 수 있는가.

③K대, D대 등 과거 많은 법조인을 배출했던 대학의 인가를 거부한 것이 헌법의 평등의 원칙·비례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가. 이에 대한 헌법차원의 원칙상에 비추어 깊이 있는 고려를 도외시한 것 같다.

대학에 몸담았던 나로서는 대학원 입교라는 것이 과연 비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면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매우 회의적이다. 여기저기서 밝혀지고 있듯 ‘甲의 우월지위’에 있는 자들의 법조계 진출에 일조하고 있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지는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만을 존치시키려면 이 제도가 헌법적 가치 차원에서 보다 타당성을 가져야 하고, 교육면에서 사법시험제도보다 나은 실력가를 법조인으로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법령에 의하면 법학전문대학원에는 대학에서 법학 이외의 전공자를 3분의 1이상을 합격시키도록 되어 있다. 법학과 졸업자를 3분의 2까지 입학시킬 수 있게 되어 있고, 법학전문대학원 개설초기에는 법학과 출신 특히 사법시험 1차합격자를 상당수 입학시켰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개교 후 10년이 경과한 현재는 과거 세칭 상위권 법대 졸업자들은 고령이 되었고,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했던 경력을 가진 자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2017년 사법시험폐지 후에는 기존 법학과 출신자는 연령상 40세 전후의 고령이 될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의 입학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거기다 법학전문대학원들은 S·K·Y대를 비롯한 여타 대학에서 법학 아닌 다른 학문을 전공한 자를 선발할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공과대학, 의·약대, 물리·화학과, 경제·경영·회계학 등의 전공자 중 우수한 자를 입학하도록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수차례 지적해 온 것으로 ‘인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실시할 때,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우수자들이 공학, 기타 자연과학, 경제, 경영 등의 학과로 진학하여 참으로 그 학문을 전공해 사회에 나가려는 자들을 밀어내고, 해당 학부를 거쳐 법조인의 길로 가는 것을 내버려 둘 때, 그것이 나라 발전을 위한 균형적 정책인가를 다시 생각하여야 한다.

한편 법학전문대학원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들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내가 통계를 가지고 있지 못한 채 이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실언(失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앞으로는 더욱 더 인가를 받지 못한 법학과의 위상은 실추될 것이 분명하다.

법원·검찰·경찰·공무원 기타 법률 지식을 요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방향의 교육이 되어야 하나, 이들 시험에 합격하려면 사설학원으로 가야지 학교교육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서 교수의 입장과 학생의 현실적 요구 간에는 갈등의 연속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 받지 못한 대학들의 법대·법학과가 자연 고사(枯死)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독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법시험제도를 일부 존치시켜야 하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내용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는 기존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 받지 못한 대학의 졸업생과 독학자들의 법조인 진출 기회를 반드시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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