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당오름-사계절 검푸른 그곳엔 18000신의 어머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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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8000명 제주 어머니 백주또를 모신 신당이 있는 당오름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차있어 원시림 같은 모습을 보인다. 사진은 당오름 전경

제주를 흔히 ‘삼다(三多)’라 표현한다. 그 뜻을 살펴보면 여자·바람·돌이 많다는데서 이야기된 것인데 제주 지역의 창조신화를 살펴보면 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주의 창조신화는 여성으로 시작한다. 그 중 제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창조의 신이 ‘설문대할망’이다. 키가 큰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한라산을 쌓았다고 한다. 또 전해지는 창조의 신은 ‘금백조(백주또)’다. 서울 남산에서 태어난 여신 금백조는 혼기가 되자 제주에 내려와 ‘소로소천국’이란 남자와 결혼을 했다.

 

부부는 아들 18명과 딸 28명을 낳고 살다 금백조는 죽어서 마을을 지키는 신이 되었고, 자식들은 섬으로 흩어져 각 마을의 신이 되었다. 설문대할망이 지역 환경의 창조를 이야기한다면, 백주또는 지역에 정착하는 인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제주는 어느 마을이나 당신(堂神)을 모시는 당(堂)이 있다. 마을의 당신을 보통 조상이라 칭한다. 이 때 조상이란 최초의 마을을 만든 조상이거나 혈연적인 조상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백주또 역시 당신으로 제주 지역을 지키는 1만8000명의 제주 신의 어머니다. 백주또가 살았던 마을은 송당(松堂)이고, 백주또를 모신 본향당(本鄕堂)이 바로 당오름에 있다. 이 본향당 신의 자손들이 제주도 내 각처로 흩어져 좌정하고 곳곳의 당신이 되었으니 제주 무속신앙의 원조임과 동시에 당오름은 모든 오름의 어머니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당오름은 이란 명칭은 ‘당’이 위치한 곧 신당(神堂)이 있는 오름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자로는 당악(堂岳)이라고 표기한다. 오름은 표고274m, 비고69m로 나지막하고 둥그스름한 편으로 북서쪽으로는 얕게 파인 말굽형 굼부리를 형성하고 있다. 오름의 기슭을 한 바퀴 돌아가면서 길이 나있기에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오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당오름은 소나무와 삼나무, 밤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있어 원시림 모습을 보인다. 오름이란 이름 보다는 산이 어울리고 이 산은 나무들로 빼곡해 신의 영역처럼 보인다. 밀도가 높은 숲은 피톤치드가 가득하고, 햇빛 역시 들지 않는 탓에 사시사철 검푸르다. 컴컴한 숲은 영험함이 느껴진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백주또의 시선이 주시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위치 및 가는길: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199-1
중산간도로(1136번)와 비자림로(1112번)가 만나는 송당사거리에서 송당보건진료소 방향으로 가다보면 보건소 맞은편에 당오름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골목이 나온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다리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면 당오름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 오른쪽 편으로 10여m 오르면 당오름 표지석이 있다.

 

송당 본향당

오름 북서쪽 기슭에 위치한 송당본향당은 자연석을 쌓아 만든 높은 담장을 사각 형태로 두른 내부에 단칸짜리 기와지붕의 석실이 있으며 석실 안에 본향신인 금백조의 신위를 모셨다. 실제 본향당에서는 과세문안(음력 1월13일), 영등마제(음력 2월13일), 마불림제(음력 7월13일), 시곡마제(음력 10월13일) 등 1년에 4번 당제를 올린다. 당제의 제주(祭主)는 마을의 이장이 담당한다. 한편 당제는 1986년 제주도 무형문화재로, 당집은 2005년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둘레길

오름 외곽을 따르다보면 둘레길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오름 둘레를 따라 조성된 탐방로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일명 '소원비는 마을'까지 연결해 관광코스로 개발됐다.


둘레길은 너른 건천과 다양한 활엽수가 우거진 원시림 숲을 지나고 삼나무길과 본향당, 소원나무 등을 만난다. 음이온 가득한 길은 대부분 평지로 가족단위, 노약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은 길은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뙤약볕을 막아줘 여름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둘레길은 짧게는 6㎞ 코스와 길게는 송당리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10㎞코스가 있다. 괭이모루와 안돌오름, 밧돌오름 등 주요 오름을 섭렵하는 긴 탐방은 등에 땀이 꼽꼽하게 밸만큼 운동량이 제법 되는 코스다.

임주원기자 kobok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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