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교육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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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전문 강사>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어느 어머니가 사연을 보내왔다. 삼남매를 키우려면 큰아이부터 잘 해야할 텐데, 자꾸 큰아이가 기대만큼 해주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참 현명하신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큰아이부터 모범적으로 잘해주면 아래 형제들은 저절로 거기까지는 잘 자라주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아이를 잘 교육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 번에 ‘출필고 반필면’ 이란 글에서 밝혔듯이 아이가 대학 진학 후로 지금까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전화 통화나 문자, 외국에 나가 있는 지금은 카톡으로 자주 안부를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았던 동생인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아들을 떠나보내면서 사실은 나도 이 이야기를 할까? 살짝 고민을 한 적은 있다. 그러다 아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걱정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잘 도착했다고, 기숙사가 어떻다고 등 자주 전화를 걸어왔다. 입학한지 꽤 시간이 지나는데도 저녁 10시가 조금 지나면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아들에게 하루는
“이렇게 맨날 전화하는 걸 보면 친구들이 ‘마마보이’라고 하지 않을까? 바쁘면 안해도 되는데….” 했더니
“엄마, 그건 아니죠. 이건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쫀쫀한 사람이겠지요.” 한다. 한편 뿌듯하고 고마웠다.


이런 일이 또 하나 있다.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할머니께서 축하선물로 휴대폰을 사주셨다. 큰아이 때는 그 정도면 빠른 편이라 나름 자랑스럽게 갖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중2 중간고사 성적이 말도 못하게 떨어지고 나서 스스로 휴대폰을 없애길래 기특해서 고등학교 진학하면 제일 좋은 휴대폰으로 사주겠다고 격려해주었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고등학교 진학 때 휴대폰을 장만했는데 한 일 년 쓰더니 공부에 방해된다고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부모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런 결정을 하길래 또한 기특해서 대학 입학 때는 노트북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 모습을 봐서인지 동생은 중학교 입학 때 할머니께서 휴대폰 사주시겠다고 해도 거절하고 고등학교 때, 거의 모든 친구들이 휴대폰이 있음에도 본인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내내 휴대폰 없이 학교를 마쳤다. 대신 수능이 끝나는 날, 곧바로 가서 가장 좋은 휴대폰을 장만해 주었다. 그리고 누나에게 사준 것과 같이 대학 입학 때는 당연히 개인 노트북도 사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부모나 본인의 뿌듯함은 보너스였다. 아마 누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잘하고 싶었었던 것 같다.


사랑만 내리사랑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녀교육에서도 내리교육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 이전에 부모가 어떻게 큰아이를 믿어주고 사랑하느냐부터 고민해봐야하는 일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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