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피리로 불리는 오카리나. 요즘은 이 악기가 꽤 친숙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낯설었다.

 

남편은 오카리나를 제작하고 아내는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오카리나 전도사’ 부부가 있다.

 

송승헌(46)·이정순씨(45), 이 부부는 오카리나를 국민악기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흙피리와 동행하고 있다. 송씨는 오카리나제주공방 대표, 이씨는 ㈔제주국제오카리나협회 회장이다.

 

“오카리나는 본래 이탈리아 악기로 크기와 모양, 운지구멍에 따라 종류가 수만 가지이고 배우기가 무척 쉬워요. 오카리나는 명상과 치유의 악기로 선율이 사람 마음을 안정시켜줍니다.”

 

최근 오카리나제주공방에서 만난 부부에게서 오카리나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송씨는 “한번은 사려니 숲길에서 연주회가 열렸는데 오카리나 소리를 들은 노루 6마리가 마치 주문에 걸린 듯 연주자 가까이 다가왔다가 연주가 끝나자 돌아갔다”며 “한라산 중턱에서 진행된 연주에서는 새가 날아와 연주자 어깨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송씨는 제주시 애월읍 출신으로 오현고를 나와 광운대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후 제주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그만뒀다. 몸이 자주 아파 유기농과 자연농법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경북 청송과 울진, 대구 등에 살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유기농산물을 유통하는 일을 했었다.

 

이씨는 전남 신안 태생으로 유년시절 가정형편 상 오빠 이일용씨(47)와 함께 제주지역 아동보육시설에서 자랐다. 이때 이씨는 오카리나를 배웠고 젊었을 땐 충남 공주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1996년 결혼한 둘은 2002년 제주에 와 제주시 한림읍에 둥지를 틀고 오카리나에 올인했다.

 

원래 학생들의 관악 합주 등을 지도하고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했던 음악인인 아내 이씨는 오카리나 연주에 전념했고, 음악과는 무관했던 남편 송씨는 오카리나 제작의 길로 들어섰다.

 

송씨의 오카리나 제작은 1992년 국내 첫 오카리나 연주곡 음반을 내는 등 오카리나와 트롬본 전문 연주자로 활동해온 이일용씨의 “오카리나 제작은 어려울 것도 없는데 제대로 만드는 이가 없다. 한번 해보라”는 권유가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악기 제작이 말처럼 쉬울 리 없었다.

 

“한림 지하창고에서 3년간 오카리나를 만들고 또 만들었지만 처남에게 모두 퇴짜를 맞았죠. 음정이 마지막에 틀어져 규칙성이 사라지는 거예요. 정말 포기를 코앞에 둔 순간 우연히 음정이 맞는 오카리나가 탄생했고 이후부터는 그 오카리나를 모델로 삼아 제작하기 시작했죠.”

 

시행착오는 계속됐다. 송씨는 “재료인 흙의 수분함량이 계절 따라 달라져 성공률이 떨어졌다. 100개 중 1개도 못 건질 때도 있었다”며 “꾸준한 연구로 성공률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그의 오카리나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생산 규모도 늘었다. 최근 1년이면 도자기·플라스틱 오카리나 1000개가량 만든다. 도자기 오카리나는 주문 생산돼 90% 이상 육지부에 보급된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오카리나를 국민악기로 정착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교육사업과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4년 전부터는 경연대회도 열고 있다. 2010년 아지트가 제주시 용담동으로 이전했고 2013년 가을엔 지금의 제주학생문화원 북쪽에 터를 잡았다.

 

이씨는 2013년부터 매년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판타지 공연에 출연했다. 제주 출신 재일교포 2세로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뮤지션인 양방언과 한 무대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했다.

 

이씨는 오카리나 교본을 만들고 제주자연을 다룬 ‘Song of Jeju’ 오카리나 음반도 발매했다.

 

부부의 꿈은 나날이 영글고 있다. “오카리나가 국민악기가 되고 부드러운 선율이 바람에 실려 제주 곳곳에 공명하길 희망합니다. 평화의 섬에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리죠.”

 

이일용씨의 주도로 전국 한마음 오카리나 대축제도 추진되고 있다. 송씨는 “내년에 축제가 시작돼 매년 개최될 예정”이라며 “제주지역에서도 오카리나 합주단을 결성해 전국 연합 공연에 내보낼 생각이다. 대규모 오카리나 합주를 통해 한국을 하나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송씨는 새로운 흙피리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지원 사업에 선정돼 내년 2월쯤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디자인이 전혀 다른, 세계에서 통할 ‘글로벌 흙피리’ 3가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카리나가 국민악기를 넘어 인류악기가 될 겁니다.(하하하)”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