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은 무지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바깥에서 그 가치를 알아본 이들은 무지개 안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품 안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제주에 왔더니 음악이 내게로 왔다”는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씨(55).


그는 이미 오래전  신명을 풀어놓을 수 있는 문화예술의 무대로써의 가치를 단박에 알아봤다.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따뜻한 감성을 연주해 오다 정통 재즈 밴드 ‘야타’를 이끌기도 했던 임씨는 2013년 제주에 정착한 이후부터 ‘제주’라는 감성을 어깨에 얹고 자연을, 때로는 제주인들의 일상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 노래하며 제주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와 제주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친구와 무전여행으로 제주를 찾았고 배가 항구에 들어올 때 서서히 다가 온 제주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라산 아래 오름이 있고 그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록색의 작은 마을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그는 “그 후 20대 후반부터 30년 동안 제주와 인연을 맺으며 제주가 나를 불러줬다고 생각한다”고 정착의 이유를 말했다.


그가 제주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서울에서 살던 나는 연주에만 몰두할 줄 아는 ‘연주자’에 불과했다”는 임씨.  하지만 제주와 함께하는 지금은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바닷가에서, 오름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 지금의 나는 노래도 만들 수 있는 폭넓은 음악가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제주와의 궁합을 자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올댓제주(ALL THAT JEJU) 시리즈다. 제주의 서쪽인 애월의 낙조를, 억척스레 제주를 지켜온 우리 어머니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을 건반 위에서 재즈와 접목시키며 제주인들에게 또는 서울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오직 제주로 통(通)하는 음악을 전파하고 있다.


오직 노래에만 열광하는 대중들에게 연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정기적인 공연도 빼먹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서 연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많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이 부족하다”는 그는 “연주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될 때까지 공연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라는 느낌을 소재로 시도할 수 있는 영역 역시 무궁무진하다고 단언하는 임씨는 꿈을 펼치기에 제주라는 공간이 좁다고 늘 뭍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일침했다.


“제주는 앞으로 좋은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어 서울 홍대 이상의 문화 폭발을 이뤄낼 용광로 같은 곳”이라고 장담하는 그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이곳에서 경험이 많은 작가들과 충분한 교류를 이뤄낸다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 제주에서 또 다른 진화를 꿈꾸고 있다.


“올 가을쯤 서울에서 또 다른 시리즈의 ‘올댓제주’를 선보여 제주의 품 안에서 제주의 색깔을 지닌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라는 그는 “그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제주’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마음에 울림을 느끼는 힐링의 경험을 얻어가게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1년 여 전부터 카페 안에서 작은 공연으로 관객들과 소통을 해 오며 늘 새로운 시도에 앞장서 온 그가 내달 22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펜션  ‘디스 이즈 핫’에서 또 한 번 진정한 공연의 묘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지금까지 보던 식상한 공연들의 틀을 깬다. 그는 무엇을 상상하던지 그 이상이 될 작은 콘서트의 신비감을 더하기 위해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를  고수했다.


서울과 단순한 비교로 제주를 문화적으로 소외·낙후된 곳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그, 품안에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제주에 늘 감사하다는 피아니스트, 지역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써야 한다는 제주인, 늘 새로운 시도로 ‘연주’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음악가, 임인건. 제주를 대표하는 ‘음악’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그는 오늘도 오선지에 그의 감성이 가득 묻어있는 제주의 리듬을  하나 둘 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