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논술 쏙쏙] 경제대공황 후 ‘정부의 보이는 손’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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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실전문제
토마스 홉스(1588~1679)는 자신의 저서인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은 사악한 욕망이며, 이런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고 보았다. 즉 “이기적인 인간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기에, 국가가 이들에게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는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담 스미스는 “모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타인들을 만족시키는 여러 가지 결정들이란 있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은 지금 어떻게 유지되어 가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였다. 즉,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묘사한 것과 같이 인간이 모두 이기적이라면 각 도시들은 모두 타락하고 부도덕한 상태로 변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홉스의 견해에 반박할 하나의 묘답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른바 ‘공명정대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라는 개념인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에게는 양심(良心)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는 행동보다는 동정심이나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부론’의 원제(原題)는 ‘여러 국민의 부(富)의 성질 및 원인에 관한 연구’이다. 원 제목을 살펴보면 아담 스미스의 생각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각 개인이 만들어내는 부의 성질을 분석하고 그 원인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모든 인간의 공통적인 욕구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든 인간은 보다 잘 살고 싶어 한다’는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인간은 자신에게 모자란 것을 다른 사람의 것과 바꾸고 싶다’는 욕구이다. 경제학사상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구절에서 스미스는 이렇게 단언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 덕분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문제는 이기심이 비록 ‘공명정대한 관찰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홉스의 지적을 무시해도 괜찮을 만큼 스미스의 가설이 얌전하게 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익(共益)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없고 자신이 공익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조차 모르는 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는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인 결실도 얻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국부론』 전체에서 딱 한 번 등장하지만 그 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 메커니즘의 핵심을 가장 통찰력 있게 설명하는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손’이 되었다. 따라서 경제를 접하고자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손과 반드시 악수 한 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손’은 실패했다.

인류가 겪은 최대의 경제적 위기인 1929년의 경제대공황 대한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1929년의 대공황을 가장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자유방임주의의 몰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 1930년대 불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몇 가지 통계 수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923년에서 1925년 사이 경제 평균지수를 100으로 잡고 비교해본다면, 1933년의 미국 공업 생산은 60, 건축은 14, 고용은 61, 노동자 임금은 38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경제가 반 동강이 난 셈이다. 결국 ‘정부는 국방과 치안만 감당하면 될 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된다’라는 자유방임주의의 핵심적인 생각과 ‘보이지 않는 손’은 대공황이 만들어준 엄청난 충격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사람들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비록 자본주의가 많은 장점을 지녔지만 그에 못지않는 결점도 있기 때문에 가만 두어도 잡초처럼 번성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는 교훈을 배웠다. 결국 자본주의는 곁가지를 쳐 주고 줄기를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온실 속의 불완전한 제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공황 이후의 대다수의 자본주의 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그 옆에 ‘정부의 보이는 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정부의 시장개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경제학자인 존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기능의 확대는 …… 자유방임에 대한 무서운 침해가 아니다.

나는 그것이 현존하는 자유방임 경제의 전면적 붕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개인적 창조의 기능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환경조건이라는 점에서 지지한다.”



(가)와, (나)는 서로 추구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다른 지문이다. (다)가 각각의 정부 역할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지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가)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을 본국 노동의 유지에 사용하고, 노동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 수입이 가능한 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였고, 노동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말 몇 마디만 해도 그런 허풍은 떨지 않는다.

- 아담 스미스, 『국부론』



(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고 소득의 분배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보이는 손’ 즉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도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되도록 여러 가지 규칙과 제도를 만들고 그것이 잘 지켜지도록 감시하기도 한다. 또한 도로나 공원뿐만 아니라 국방, 치안 등 시장에 맡겨 놓으면 생산되기 어려운 것들을 정부가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정부는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해 허용 기준치를 정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득 분배의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황문성, <정부의 개입>



(다) 한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이 모교를 방문하여 옛 경제학 스승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자는 스승의 탁자 위에 놓인 기말고사 시험지를 발견했다. “이건 교수님께서 15년 전에 저희들에게 주셨던 문제들이랑 똑같은 데요! 학생들이 옛 시험 답안을 구해서 암기해 버리면 어떡하죠?” 교수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네, 괜찮아. 문제들은 같아도 돼. 답을 매년 바꾸어야 하거든.”

- 토드 부크홀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이야기』

<김석 1318논술연구소 언어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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