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평대초등학교는 1945년 9월 1일 홍화공립국민학교로 문을 열었다.

 

개교 당시 평대초는 서당 건물에서 마을 어린이들에게 신식 교육을 실시하며 광복된 조국의 동량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평대초도 제주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의 광풍을 피할 수 없었다. 1948년 무장대의 방화사건으로 평대초는 학교 건물이 모두 불에 타버리는 아픔을 겪고 구좌면사무소 창고를 대용 교실로 사용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교를 살린 것은 마을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새롭게 학교를 지을 부지를 선뜻 내놨는가 하면 일본으로 출향한 인사들까지 학교시설을 위해 거액의 희사를 아끼지 않았다.

 

주민들의 협심으로 복구돼 2세 교육에 전념하던 평대초에 60여 년 만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다른 농촌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젊은층의 이농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에는 학생 수가 51명까지 줄었고, 결국 통폐합 대상 학교로 지정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학교를 살리자=평대초가 통폐합 위기에 처하자 또다시 지역주민들이 나섰다. 학교는 평대리의 유일한 기관인데 분교장으로 개편되면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영석 전 이장은 “평대리는 땅덩어리는 작아도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마을에 공헌한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2010년 12월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평대초등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추진위는 남아도는 빈 집에 주목했다. 빈 집을 수리해 귀농귀촌 인구를 흡수하고, 귀향 의사가 있는 후배들과 그들의 자녀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평대초 발전기금을 조성한 후 전입 학생을 위한 빈 집 임대 및 수리비 등 주거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5년간 총 6189만9000원을 지원했다.

 

김경필 당시 추진위원장은 “평대리와 청년회를 비롯해 평대초를 나온 선배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한 마을의 관심과 명품 교육을 위한 학교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평대초는 2013년에는 학생 수가 62명에 달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다시 닥친 어려움, 그리고 새로운 시도=술술 풀리는 것 같던 학교 살리기 운동은 ‘제주 땅에 대한 전국의 관심’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제주의 집값이 오르면서 빈 집을 구하는 일 자체가 벽에 부딪친 것이다.

 

평대초로 전입하겠다는 학생이 7명이나 대기하고 있지만 빈 집을 구하지 못해 정체국면에 빠져들었다.

 

상황이 바뀌면서 평대리는 ‘마을 살리기’를 통한 ‘학교 살리기’라는 새로운 방안에 주목했다.

 

하늘이 내려준 천년의 숲 ‘비자림’과 돝오름,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향당근,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해변, 도내 유일의 아토피센터(환경성질환센터), 기후변화시대를 선도하는 한국자전거문화센터 등 평대리만의 자산을 최대한 살려 유입 인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대리는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응모해 올해부터 ‘에코힐링(eco-healing)마을 평대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평대리의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매료된 21가구가 비자림 인근에 생태마을을 조성해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학교와 마을 살리기에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학교도 ‘우수한 교육과정 제공’을 통해 자발적인 학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평대초는 2013년부터 4년간 제주형 자율학교(i좋은학교)에 선정돼 우수 교육과정 및 교육경비 지원금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예술꽃 가꾸기 활동을 통한 기(基)특(特)한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기본 실력과 재능을 함께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면서 지원금 전입이 아니라 학부모가 우수 교육과정을 선택한 교육과정 전입으로 3명의 학생이 불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평대리와 평대초가 마을은 ‘마을 살리기’로, 학교는 ‘우수 교육과정’으로 자생적인 인구 유입을 통한 학교 살리기에 나서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