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산방산-천계의 절경에 신비스런 전설 품은 산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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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굴사에는 '산방덕이 눈물' 전해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산방산은 현(縣)의 동쪽 10리 되는 곳에 있는데 세상에서 전하기를 한라산의 한 봉우리가 쓰러져서 여기에 서 있다고 한다.

 

산의 남쪽에는 큰 돌구멍이 있는데 물이 돌 위로부터 한 방울씩 떨어져서 샘이 됐다”고 실려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산방산은 한라산 남쪽 바닷가에 우뚝 솟은 산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신령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제주의 여러 오름과 달리 산방산은 대부분 암반으로 이뤄진 종 모양을 하고 있다.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10분 남짓 걷다보면 어느 덧 산 중턱의 굴에 다다른다.

 

이 굴이 불상을 모신 산방굴사(山房窟寺)로 영주십경의 하나이다.

 

이 굴사는 고려시대 고승 혜일(慧日)이 거처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언제 창건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인근 대정고을에 유배 왔던 추사 김정희가 자주 찾았다고만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독특한 모습으로 산방산은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옥황상제의 노여움

먼 옛날 한 사냥꾼이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사냥꾼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사냥감을 찾아 헤매던 사냥꾼은 어느덧 한라산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그곳에발견한 노루를 쫓다가 그만 등에 맨 화살이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건드리고 말았다.

 

분노한 옥황상제는 한라산 봉우리를 손에 잡히는 대로 뽑고서는 서쪽으로 내던져 버렸다.

 

봉우리가 뽑힌 자리는 움푹 패여 지금의 백록담이 되고 서쪽으로 내 던져진 봉우리가 지금의 산방산이 됐다고 한다.

 

실제 백록담의 둘레와 산방산의 둘레가 비슷하고 암반도 같은 종류여서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도 마르지 않은 산방덕이의 눈물

옛날 산방산 아래 마을에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아이가 없어 매일 산방산에 올라 자식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렸는데 어느 날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산 중턱에서 여자아기를 발견했다.

 

부부는 산방산 산신이 주신 아이라고 생각하고 아이의 이름을 산방덕이로 지었다.(산방덕이가 산방산 산신의 딸, 산방산 여신, 하늘나라 선녀라는 이야기도 있다.)

 

산방덕이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주변 동네에서 제일 예쁜 처녀로 성장했다.

 

산방덕이의 이웃에는 효성이 지극한 고승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는데 둘이는 서로 사랑에 빠지고 곧 마을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했다.

 

부부의 행복도 잠시, 이 마을에 새로운 사또가 부임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사또는 산방덕이의 미모에 반해 온갖 재물과 협박으로 산방덕이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산방덕이가 제안을 거절할수록 사또의 회유와 협박은 더욱 거세졌는데 어느 날 포졸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고승을 잡아갔다.

 

이웃 마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멀리 유배를 가게 되고, 산방덕이에 대한 사또의 회유는 더욱 거세졌다.

 

사또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산방덕이는 산방산으로 올라가 자신 때문에 고통 받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몇날 며칠을 눈물 흘리던 산방덕이의 몸이 바위로 변해버리고 그 때부터 산방굴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물이 바로 산방덕이의 눈물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완연한 봄을 맞은 산방산 주변에는 관광객들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산방굴사에도 많은 불자들이 찾아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며 저마다의 소망을 축원하고 있다.

 

지금도 굴 천정에서 산방덕이의 눈물이 쉼 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예부터 이 물을 마시면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산방굴사를 찾은 관광객들은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이 물을 찾고 있다.

 

산방산을 오르 내리면서 보는 제주 남서부 해안의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송악산에서부터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용머리가 품에 안길 듯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산방굴사 입구와 굴사에 이르기 전 계단 옆에는 산방덕이가 세상에 나타난 이야기 및 산방덕이와 고승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기원의 장소’와 ‘생명기원의 장소’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유채꽃이 제철을 맞아 산방산 주변을 노랗게 수놓으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다만 수백 년 동안 산방굴사 입구에 서서 산방덕이의 눈물과 함께 산방산을 지켜온 소나무가 재선충으로 2013년 베어지면서 지금은 그 밑둥만 남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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