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남서부 해안 절경 품안에...'날개 달린 장수' 이야기 전해져
(9)남서부 해안 절경 품안에...'날개 달린 장수' 이야기 전해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안덕면 사계리 단산-박쥐. 바구니 닮은 산세 독특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단산은 높이 158m의 그리 높지 않은 오름으로, 산세가 매우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사진 왼쪽은 마치 박쥐가 날개를 편 모양을 닮은 모습이고, 오른쪽은 북사면의 깎아지른 절벽 모습. 이곳에는 ‘날개 달린 장수’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단산(簞山).

 

높이 158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참으로 특이하다. 단산은 응회귀의 퇴적층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제주의 다른 오름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산의 북사면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뤄져 있으며 남사면은 북사면에 비해 비교적 완만하지만 제주의 여타 오름에 비해 역시 가파르다.

 

이 산에 가까이 갈수록 산의 독특한 모양새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산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온다. 이쪽에서 보면 새가 양 날개를 쭉 펼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방향에서 보면 큰 병풍을 두른 것 같은 모습이다.

 

보통 단산이라고 부르는 데, 산의 형세가 박쥐가 날개를 편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바구미(박쥐의 제주어) 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옛날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이 산만이 물위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생김새가 바구니를 닮았다고 해서 ‘바굼지(바구니의 제주어)오’름이라고도 불리 운다.

 

단산 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사찰을 통해 이 산에 오르면 5분 만에 제주의 남서부 해안 절경이 품에 안긴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 가파도와 송악산, 산방산과 산방산자락에서 바다로 나아가려는 듯한 모습의 용머리, 그리고 형제섬까지. 정상부로 발길을 옮길수록 그 아름다움은 깊이를 더해 탄성이 절로 난다.

 

▲날개달린 장수의 전설

단산이 박쥐 날개를 펼친 모습을 닮았든 이 산에는 날개 달린 장수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모슬포에 오씨 성의 청년이 살았었는데 힘이 워낙 좋아 주변 지역 씨름판을 모두 재패했다.

 

자만에 빠진 청년은 어느 날 모슬포 장터 씨름판에서 패하고 말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길 줄 알고 많은 돈을 걸었다가 낭패를 당하고 심하게 질타했다.

 

평소 칭송만 받던 이 청년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술을 잔뜩 마시고 단산에 올라갔다.

 

단산 위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 술을 마시던 청년은 절벽으로 몸을 던졌으며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이 부모에게 알렸다.

 

부모는 단산 곳곳을 찾았지만 자식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왔는데 아들은 술에 취한 채 집에서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깨우다가 겨드랑이에 날개를 발견했다.

 

절벽에 떨어졌으나 날개를 펼쳐 살아난 것이었다.

 

부모는 아들이 괴물이라고 놀림을 받을 까봐-어떤 전설에는 힘이 있는데다 날개까지 있어 역모죄로 죽임을 당할까봐-인두로 날개를 지져버렸다.

 

날개가 사라지자 단산 봉우리에는 번개가 내리 쳤고, 훗날 이 아이는 찰방이라는 벼슬을 하게 돼 오찰방이라고 불리 웠다.

 

 

   

▲단산의 품에 안긴 대정향교

단산 앞에는 지역주민들의 교육과 교화를 목적으로 조선시대에 세워진 대정향교가 자리 잡고 있다.

 

태종 16년(1416)에 대정성 안에 건립된 후 몇 차례 옮겨지다가 현종 4년(1653)에 지금의 단산 앞에 세워졌다.

 

1971년 8월 제주도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대정향교는 1948년 4월부터 문명학원(文明學院)을 병설해 운영됐었다.

 

대정향교는 이 지역에 유배 왔던 추사 김정희 선생과의 인연도 깊다.

 

대정향교 동재(東齋)에 걸려 있는 의문당(疑問堂) 현판은 현종 12년(1846) 대정 훈장 강사공(姜師孔)이 김정희에게 부탁해 받아냈다.

 

‘의문 나는 것을 묻는 집’이라는 뜻으로 교육을 하는 향교에 걸맞은 글이다.

 

명륜당 위에는 수령이 족히 수백 년은 됐을 법한 소나무가 있는데 이 소나무가 명작 ‘세한도(歲寒圖)’의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박쥐 날개를 펼친 단산의 모습이 추사체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뫼 산(山)’ 자의 모태라는 이야기도 있다.

 

날개 달린 장수의 전설과 추사 김정희와의 인연을 품고 있는 단산.

 

30분 정도의 시간이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올라 주변 절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풍경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단산이지만 재선충의 피해로부터는 비껴가지 못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지금도 기계톱의 굉음이 산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어 탐방객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