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투에 진 김통정 장군 뛰어내린 바위서 맑은 물 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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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파두리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상귀리에 위치한 고려시대 최후의 항몽유적지(抗蒙遺蹟址)인 항파두리(缸波頭里).

 

사적 제396호로 지정된 항파두리는 몽골의 침입에 저항해 싸운 최후의 항쟁지로 외세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고려의 대몽항쟁을 주도했던 김통정 장군을 비롯한 삼별초는 1271년(원종 12) 5월 제주로 들어와 천혜의 요새인 현재의 제주항파두리 항몽유적지의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몽골에 대한 항쟁을 이어가기 위해 내·외성을 쌓는 등 본격적인 방어시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삼별초는 항파두리에 토성을 쌓고 계속 항전하면서 기세를 올렸으나, 결국 1273년(원종 14)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여·몽 연합군의 총공격을 받아 성이 함락되면서 3만여 명의 군사들은 전멸하고 말았다.

 

▲“아기 업개 말도 들어야”

외세의 침략에 끝까지 항거한 고려 무인들의 정기가 서린 항파두리는 역사적 현장이면서도 삼별초, 김통정 장군과 관련된 많은 설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김통정 장군이 항파두리에 진지를 구축한 후 삼별초를 추격해온 고려군의 총대장인 김방경 장군은 항파두리 공격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반복되는 패전에 김방경 장군과 참모들이 작전회의를 하던 어느 날 군졸이 어린 계집아이 한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 아이는 김통정 장군의 아기 업개(아기를 돌보는 사람)였다. 심부름을 나오던 아기 업개가 성문이 닫히기 시작하자 달려갔으나 눈앞에서 그만 성문이 닫히고 말았던 것이다.

 

항파두리 입성에 번번이 실패한 김방경 장군에게 이 아기 업개는 “저 쇠문 아래 풀무를 걸어 놓고 두 이레 열나흘만 불을 때 보십시오”라고 말하자 김방경 장군은 무릎을 치며 곧 풀무를 걸고 불을 때기 시작했다.

 

과연 열나흘 동안 불을 때니 성의 견고한 철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성문이 열리고 김통정 장군은 대패했다. 승승장구하던 김통정 장군도 휘하의 용맹한 장수들이 하나 둘씩 목숨을 잃었고, 부인과 자신은 상처를 입어 간신히 산으로 몸을 피했다.

 

이 같은 전설로 인해 제주지역에서는 아랫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의 ‘아기 업개 말도 들어야 한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한낱 아기 업개를 소홀히 여긴 탓에 삼별초는 이 전투에서 패배라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됐다.

 

현재 토성 인근 소나무 숲에는 전투에서 패한 김통정 장군이 토성에서 성 밖으로 뛰어 내리면서 발자국이 패이고, 그 곳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나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깃든 장수물(將帥)이 있다.

 

석간수인 장수물은 사시사철 마를 날이 없어 상수도 시설이 없었던 과거에 이 지역 사람들은 이 물을 식수로 사용했었다. 마치 삼별초의 패배를 슬퍼해 눈물 흘리 듯, 삼별초 멸망 7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흐르며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이 밖에도 항파두리 인근에는 삼별초와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많다.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과 싸우다가 패했다는 하귀리의 파군봉(바굼지오름), 항파두리 전투에서 패한 잔병들이 산 속으로 도망갔다가 그 곳에서 마지막 전투를 하며 흘린 피로 흙이 붉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광령리 붉은 오름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외세에 항거한 민족정신이 서린 항파두리, 지난 28일 비날씨에도 가족 단위 관광객을 찾아 볼 수 있었으나, 이 곳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사적 398호 항파두리

항파두리는 외세의 침략에 굴복하지 않고 항쟁하다 순의한 삼별초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듬해인 1977년부터 성역화 사업이 추진됐다. 토성의 일부 복원과 석성 축조, 순의비와 순의문을 건립하고 1978년 6월 완공돼 1997년 4월 8일 사적 398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올해에도 사업비 24억 여원이 투입돼 현재 순의문 남쪽 부분 토성 복원 을 비롯 성지 발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삼별초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항파두리 내 항몽순의비(抗蒙殉義碑) 제문(題文)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

 

고우재 기자 atom@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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