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치코밍 아트를 선보이고 있는 ‘재주도 좋아’ 팀원들이 ‘반짝반짝 지구상회’에 있는 유리공방에 모였다. 왼쪽부터 강민석, 유로사, 조원희, 최윤아, 김승환씨.

제주 바다를 동경했던 여자 셋, 남자 둘이 결성한 ‘재주도 좋아’는 바다에서 꿈을 가꾸고 있는 예술단체다. 앞으로의 목표는 바다 쓰레기를 관광기념품으로 만드는 것.

유리공예가 조원희씨(32·여·울산), 디자이너 최윤아씨(36·여·삼척), 회사원 유로사씨(32·여·인천), 영상작가 김승환씨(34·부산)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반해 3년 전 제주에 눌러 앉았다. 일러스트 화가 강민석씨(39)만 유일한 제주 출신이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4월 진행된 한수풀해녀학교 5기 과정에서다.

잠수하는 법은 배웠는데 소라와 해삼을 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뭔가는 잡고 나와야 된다는 각오로 깡통이나 플라스틱, 고무 등 눈에 띄는 이것저것을 망사리에 담고 올라왔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들을 따라서 쓰레기를 주워서 나오는 물질이 유행처럼 번졌다.

해녀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헤어지기 전 우도 여행을 갔다. ‘여기서도 좀 주워볼까’라며 우도 바다에 들어갔는데 30분도 안 돼 망사리가 가득 찼다. 각기 지닌 재주를 이용해 쓰레기로 뭔가 만들어보자며 ‘재주도 좋아’를 결성했다.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해 쓰레기를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비치코밍(beachcombing)에 도전했다.

비치코밍은 해안(beach)에 흩어진 표류물을 빗(comb)으로 쓸어 모으는 행위라는 뜻. 오래전부터 파도에 떠밀려온 물고기나 코코넛, 통조림 등 생존을 위해 줍는 일에서 시작됐다.

리더인 조원희씨는 “깨끗할 줄 알았던 제주 바다에도 인간이 버린 모든 쓰레기가 널려있었다”며 “그칠 줄 모르는 소비와 생산 때문에 그동안 주웠던 쓰레기는 셀 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슬리퍼·낚시찌·폐그물 등 쓰레기 종류를 가리진 않지만 빈 병과 깨진 유리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얀 소주병의 주둥이를 잘라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으면 유리잔이 되고, 녹색 와인병을 납작하게 녹여 붙이면 초받침대가 되기 때문이다.

모래와 파도에 오랜 시간 깎이고 다듬어진 유리조각과 도자기 파편은 반지와 목걸이의 재료가 된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라는 노래처럼, 소라·조개껍데기와 보말(고둥)에 장신구를 달고 금색 칠을 하면 패션 주얼리로 탄생한다.

제주 바다를 소비의 대상의 아닌 지켜야할 보물로 가꿔나가기 위해 지난해 11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감귤창고를 빌려 ‘반짝반짝 지구상회’를 설립하고, 법인으로 등록했다.

깨진 유리조각을 녹였더니 반짝이는 보석처럼 빛이 나면서 제주 바다를 반짝이게 만들자는 취지로 이 같은 법인명을 정했다.

이들은 비치코밍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해 한림읍 금능해변에서 유리작가를 비롯해 악기제작자, 무용가, 가수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을 초청, 프로젝트를 열었다.

또 참가자들이 주워온 금속 조각을 서울에 있는 금속공예가에게 보내 아트상품으로 만들고 전시회를 가졌다.

재주는 있지만 재원은 항상 부족해 제주문화예술재단 공모사업과 현대자동차 공익사업과 연계해 예술실험을 해왔다.

팀원들은 지금껏 무보수로 재능 기부를 펼쳐오면서 마을 주민들이 “밥은 먹고 다니냐”며 안부를 전하고 있다.

가진 것은 없지만 이들은 오는 27일 오전 11시부터 봉성리에 있는 ‘반짝반짝 지구상회’에서 유리·금속전시와 바다 포럼, 영상제, 음악 공연을 선보이는 ‘비치코밍 페스티벌’을 연다.

팀을 이끌고 있는 조원희씨는 “바다를 건강하고 예쁘게 가꿔 나가기 위해 쓰레기로 가치 있는 일을 많이 만들고 싶다”며 “비치코밍 아트가 제주바다의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