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나타나 러시아 문단을 뒤흔들던 도스토예프스키는 스물아홉 살 때 농민반란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돼 이날 교수대에 섰다. 고해성사를 끝으로 병사들은 그에게 검은 두건을 씌웠다. 병사들이 소총을 겨누는 소리가 들였다.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들려야 할 바로 그때 마차가 광장을 질주해 들어오는 요란한 소리가 들였다. 차르의 감형 결정을 전하는 너무나 반가운 마차였다.(차르 니콜라스는 그에게 모진 교훈을 주기위해 이 같은 잔인한 연극을 펼쳤다.) 감형됐지만 그는 4년간 팔과 다리에 쇠고랑을 찬 채 시베리아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만 했다.
▲그 사건 그날 이후 도스토예프스키는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로 생각했다. 감옥에 있을 때나, 복역한 후에나 미친 듯이 집필에 매달렸다.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파헤쳐 문학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죄와 벌’등과 같은 작품은 그가 생사를 넘나들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집필한 결과물이었다. 그는 실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혹독한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았다. 편안함이나 안락함으로 나태해 질 것을 몹시 두려워한 탓이다. 그는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면서 생과 사를 가른 ‘1초의 의미’를 후세에 남겼다. 오늘 그를 떠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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