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몇 알, 담배 몇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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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당은 삼월 삼짇날에 문을 열고 중양절(重陽節)인 9월9일에 학업을 끝내는 게 관례였다. 당시엔 스승을 위로하는 날이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 6월 유두일(流頭日· 6월 보름날)에는 부모가 서당을 찾아갔다.

떡, 과자와 함께 싸리나무 한아름의 회초리를 만들어 서당훈장에게 전달했다. 떡과 과자는 감사의 표시였고 회초리는 자식의 종아리를 때려 부디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였다.

떡과 과자, 회초리를 바친 옛날 부모들의 깊은 뜻이 새삼스러워진다.

▲오래 전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면 대부분이 어릴 적 선생님에 대한 추억거리를 몇 개는 갖고 있다.

엄한 선생님 밑에서 회초리를 맞았던 일이며 가정방문을 한 선생님과 즐거운 얘기를 주고받던 일들이 아직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대부분 생활형편이 고단했으나 마음만은 훈훈했다. 스승의 날이 오면 학부모들은 담임선생님께 드리라며 달걀 몇 알과 담배 몇 갑을 정성스레 싸서 아이들 편에 들려 보냈다. 아이들은 막상 선생님 앞에서 수줍어 말 한마디 못한 채 부모님의 ‘성의’를 전하고 도망치듯 했다.

비록 하찮은 선물이었지만 이 것은 자식을 맡기고도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의 미안한 심정과 학생의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스승의 날 노래가 5월의 푸른 교정에 울려 퍼질 때, 아이들은 또 한 해를 성큼 뛰어넘어 키도 크고, 마음도 자라났다. 학급의 ‘급장’(요즘 반장) 아이가 대표로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 선생님은 ‘어흠’하고 아이들에게 큰 꿈을 가지라고 일장 연설을 했다.

▲오늘(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여느 해처럼 금년 역시 촌지 말썽이 생길까봐 많은 학교들이 아예 문을 닫고 학부모들의 교문 출입을 금지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순수한 마음이 모여 스승의 날이 만들어졌는데,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는 날로 둔갑한 것이다.

이제는 스승의 날을 방학기간으로 바꾸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선생님’을 추억할 수 있게 하는 교육풍토가 하루 빨리 조성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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