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물론 술잔이다.
무분별한 우리의 술문화는 지난해 음주로 인한 질병 비용이 대신 말해준다. 2006년 음주로 인한 질병 비용은 총 2조 7917억원. 이 가운데 과도한 알코올로 인한 정신·행동장애가 1조 593억원(37.9%)이나 됐다. 간암 6386억원(22.9%), 간 질환 5890억원(21.1%), 뇌혈관 질환 1226억원(4.4%) 순이다.
또 사람마다 개성과 체질이 달라 주량이 다른데도 주량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도 무분별한 술문화를 부추긴다.
▲부하 직원에게 술을 권하던 직장상사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신입사원에게 억지로 술을 먹인 부서장에게 서울고법이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04년 온라인 게임 업체에 입사한 한 여직원이 1주일에 두차례 이상 부서장 회식자리에 끌려 다니며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게 됐다.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참여했고 이로 인해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후 장 출혈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법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회식자리에서의 음주 강요나 근무시간 이후에 술자리를 마련해 일찍 귀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술을 권하는 데 인색한 서양사람들에 비해 우리의 술 인심은 후하다.
‘노틀카’나 ‘폭탄주’ ‘타이타닉주’ ‘회오리주’ ‘원샷’ 등이 술문화를 주도하며 억지로 마시기를 강요한다.
이쯤되면 주선 이태백도 울고 갈 지경이다. 이태백의 생애나 시를 아무리 훑어보아도 술의 노예로 전락한 적은 없었다. 더 더욱 상대에게 술을 강요한 흔적도 없다.
“벗과 둘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니/ 산꽃이 저절로 피네/ 한 잔 또 한 잔 흥취가 무르 익었네/ 이제 내 취하여 잠이 오니 / 그대는 그만 돌아 가게나/ 또 한 잔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게나.” 이태백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자며 정중했다.
술을 권하다 배상금을 물게 된 직장상사에게 ‘채근담(菜根譚)’의 한 구절을 보탠다. ‘酒以不勸(주이불권)으로 爲歡(위환)하라’(술은 권하지 않고 자작하는 것으로 기쁨을 삼으라.)
권하지 않는 술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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