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카네이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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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어버이날은 본래 ‘어머니의 날’ 이었다.

1956년부터 어머니의 날을 정해 경로행사를 열었으나 ‘아버지의 날’도 만들자는 의견이 있어 1973년에 어버이날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요즘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에게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1960년대 초등학교에서는 어머니날 하루 전에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대부분 붉은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하얀 카네이션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하얀 카네이션을 내일(8일) 자신의 가슴에 달도록 했다.

어머니의 날 아침에 학교에 등교하면 한 학급에 1, 2명씩 가슴에 하얀 카네이션을 달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모두가 풍금소리에 맞춰 어머니의 날 노래를 부를 때, 눈물을 쏟는 아이들은 하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그 아이들이었다.

선생님이 그 아이를 교단으로 불러 선물을 주고 다른 아이들은 격려의 박수를 쳤다.

국어학자 이희승 선생은 “오월은 바다와 함께 퍼득인다”고 했는데, 그해 오월은 그 아이들이 가슴에 단 하얀 카네이션이 왜 그리 하얗게 빛나고, 보는 이들의 가슴에 퍼득이던지…

선생님이 어머니가 타계한 아이들에게 하얀 카네이션을 달게 한 뜻은 ‘어머니를 잊지 말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는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생화(生花)든 종이로 만든 것이든 요즘은 카네이션을 만들지 않고 가게 가서 산다. 그런데 붉은 카네이션만 있고 하얀 카네이션을 파는 상점은 없어 보인다.

▲시집 부모와 친정 부모를 다 잃은 어느 부인이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웃에게 물었다. “시집, 친정 부모가 다 계셔서, 어버이날 선물이 걱정되겠네요?”

그러나 이 말은 카네이션을 달아줄 부모가 있어서 좋겠다는 타계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서양 속담에 “어버이 품안에는 아홉 자식이 있을 곳이 있지만 아홉 자식의 어느 집에도 어버이가 있을 곳이 없다”고 한다. 동양이 서양화되어선지, 우리사회에는 부모 자식 사이가 단절되는 듯해 안타깝다.

어버이날, 하얀 카네이션이 사라진 것과 요즘 세태가 왠지 관련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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