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탱자 민족주의와 오렌지 민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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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세계화 진척 속도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FTA 체결로 앞으로 감귤의 가격하락이 예견되면서 피해 액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설상가상으로 제주에서 재배 생산되는 감귤의 품종들이 자체 개발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이라는 점이 일본에 로열티를 지불할 수 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에 자체 품종 개발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감귤이나 오렌지는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이기 때문에 묘목생산 과정에서 대목을 탱자나무로 쓴다. 다른 대목도 있지만 탱자나무 대목이 내한에 비교 우위이기 때문에 일반화된 것이 사실이다.

접을 붙이면 귤나무나 오렌지 나무의 순만을 튼튼하게 자라도록 잘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만일 그대로 방치해 두면 오렌지 나무 순과 탱자 나무순 사이의 경쟁에서 우성인 탱자나무 순의 기세에 밀려 귤나무나 오렌지 나무는 초라하고 무기력하게되면서 제대로 된 열매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한 가시로 무장한 탱자나무순은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탱자대목과 오렌지 나무는 목질부 동질화로 이어지면서 갈등 없이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지난 2002년 6월13일 경기도 양주에서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미선이, 효순이가 죽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에는 버지니아공대 캠퍼스의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30명의 학생과 두명의 교수를 살해한 총기 사건이 일어났고, 범인은 한국인 학생 조승희씨 였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범국민대책회의가 구성되고 “미군이 학생들을 일부러 깔아 죽였다”면서 국민 감정에 불을 붙이고, 연일 반미 시위를 하면서 국민들의 흥분과 증오를 유발하였다.

“불쌍한 미선이, 효순이… 모이자! 시청 앞으로, 미국 놈들 몰아내자” “월드컵 4강의 힘을 보여주자!” “미국놈 몰아내고 자주권 회복하자”를 외쳐댔다.

이에 부시 대통령까지도 진솔하게 사과하였다.

한편 4월 16일 벌어진 최악의 캠퍼스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 공대 잔디 광장에는 33개의 화강암 추모석이 타원형으로 배치되었고, 각자의 위패가 놓여있는데 ‘2007년 4월 16일 승희 조’라는 위패도 정성껏 놓여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장미꽃, 백합, 그리고 카네이션, 자주색 촛불이 놓여 있었다.

조승희의 추모석 앞에는 다음과 같은 비슷한 내용의 쪽지가 여럿 있었다. “네가 그렇게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참으로 슬펐다. 너의 가족들이 조그만 위안과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 주님의 은총이…”<바바라>

그리고 학교의 인터넷 신문에는 “그도 우리학교 학생이었고, 모두 31명의 학생과 두 명의 교수가 죽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공평하게 슬퍼한다”라고 쓰고 있었다.

만일 이 사건이 한국 땅에서 이곳에 유학 온 미국학생에 의해서 저질러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폐쇄적 민족주의는 증오와 보복감정과 자기 방어기재로 무장한 탱자나무와 같다. 개방적이면서 인류적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세계주의는 오렌지 나무와 같다.

토마스 L. 프리드맨은 그의 책 렉서스와 오렌지나무에서 이를 대립개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이 둘을 대립개념에서 통합개념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정성껏 한다면 뿌리는 탱자(민족주의) 뿌리가 분명하지만 나무와 열매는 오렌지(세계화된 민족주의) 나무가 되어 갈등을 극복하고 동질화된, 그래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세계화된 민족주의가 될 것이 아닌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은 긴박한 과제라 할 수 있다.<김영준 제일행복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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