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승
동자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어느날 객승이 혜월 스님을 찾아 갔다. 혜월 스님은 경허 스님의 제자로 항상 어린애 같았다. 그래서 ‘천진불(天眞佛)’이라고 불리는 스님이다.

절에 갔더니 산문에서 명성이 높은 큰스님이 동자승에게 존댓말을 하며 받들고 있었다. 동자승도 큰스님에게 반말을 하며 방자하게 굴었다.

잠깐 큰스님이 저잣거리에 내려간 사이, 객승은 동자승의 멱살을 잡고 혼쭐을 내며 버릇을 고쳐 놓고 말았다.

울면서 예를 갖추는 동자승을 보고 어두워진 얼굴로 혜월 스님이 객승에게 말했다.

“예법은 스스로 이르는 것이거늘, 내가 예법을 몰라 저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았겠소? 천진한 모습이 하도 좋아 때묻지 않게 정성껏 받들고 있었는데 스님이 그만 그것을 깨뜨리고 말았소. 이제 나하고 인연이 다됐으니 지금 당장 객스님이 데리고 가시오.”

▲혜월 스님의 일화에서 보듯 동자승은 이처럼 천진한 심성이 가득하다. 스님이 된다는 것은 전생에 그만큼 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어려서부터 절에 들어가 행자로 법문을 쌓는 동자승에 대한 불가의 자긍심도 대단하다. 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전한다.

“동자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맑고 깨끗한 얼굴/ 구김도 없고 근심도 없고/ 노여움도 없네/ 때묻지 않은 그 모습이/ 아름답구나.// 우리 또한 태어날 때는/ 모두 이런 모습이련만/ 세월의 흐름에 역경의 주름이랄까/ 깊고 굵게 패인 골짜기/ 삶의 고뇌만 남아있네.”

탐욕과 시기, 질투심이 없는 해맑은 동자승의 모습이다.

▲부처님 오신날(24일)을 앞두고 어린 꼬마 21명이 머리를 깎고 동자승 체험에 나섰다.

제주시 화북동 원명선원(선원장 대효 스님)이 30일 선원에서 삭발식을 갖고 25일간 ‘천진미소 사절단’ 행사를 시작했다. 이들 동자승들은 도내 각계를 둘러보는 일정과 함께 양로원 방문 연꽃 전달하기, 동자스님·부처님 그리기 등의 활동을 펴게 된다.

물론 이같은 포교활동과 함께 도량청소는 물론 새벽예불과 저녁예배를 드리는 등 출가생활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한다.

아직은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지만 삭발한 머리를 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는 동자승들의 모습에서 불심이 환하게 퍼지고 있는 5월을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