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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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막판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홍콩 당국이 경찰 7000여 명의 휴가를 전면 취소하면서 도심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의 강제 해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제 베이징에서 세계 정상들이 모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도 끝났으니 적극적인 정리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잠시 잊고 있던 홍콩 시위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시작된 홍콩 시위는 중국 정부가 2017년 홍콩 자치정부 수장인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에서 친 중국 인사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반쪽짜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불이 붙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시위의 원인은 ‘민주화’로 표현되는 정치적 문제였지만, 그 이면에는 홍콩 젊은이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경제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의 경제적 변화 가운데 첫째로 터무니없는 집값을 꼽은 바 있다. 중국 부자들의 홍콩 부동산 사재기로 집값은 6년 새 2.5배나 뛰었다고 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홍콩 시위대의 젊은이들은 홍콩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내 집 장만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고 이구동성이다.

중국 반환 이후 치솟는 생활비도 젊은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여기에 본토인의 유입도 한 몫하고 있다. 특히 홍콩의 젊은이들은 중국 대륙에서 넘어온 청년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고, 그들 때문에 자신들의 임금이 줄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돈 많은 본토인들이 몰려드는 데다 경쟁에서 밀려난 홍콩 젊은이들이 저소득 일자리로 내몰리면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인한 홍콩의 위상 약화에 대한 우려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콩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제주의 미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홍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의 개발 모델로 주목받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며 ‘홍가포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게 엊그제였다.

현재 제주는 여러 모로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는 데다 투자 유치도 제주에 집중되면서 선별적으로 받고 있다. 제주의 가치를 느끼면서 제주에서 살겠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져 이미 순유입 인구가 지난 한 해 전체 숫자를 넘어섰다. 그러나 한 꺼풀 속을 들여다보면 불안의 싹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먼저 부동산 문제다. 제주도 땅의 37% 가량은 제주 밖에 사는 사람들의 소유가 됐고, 중국인의 제주 땅 보유도 최근 4년 사이 60배나 늘어났다. 중국인들이 도심의 건물과 아파트까지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제주가 중국 자본에 종속될 우려조차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제주 부동산 경매시장의 과열에서 보듯 토지는 물론 건물까지 가격의 급등으로 실수요자인 도민들의 생활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장차 도민 자녀들이 제주에서 집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현실화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그 과실은 도민사회가 아닌 외부로 새나가 버리고,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나아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타결된 한중FTA(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당장 발등의 불은 껐지만 피해가 우려되고 있고, 지역의 일자리를 놓고 시작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주의 미래가 홍콩처럼 될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역의 경쟁력을 하루빨리 키워나가지 못하고 거론되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제주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제주가 홍콩의 현 상황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이유다.







<홍성배 편집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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