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변해야 할 제주인의 컬처코드
[제주시론][제주시론] 변해야 할 제주인의 컬처코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미국 사람들은 땅콩버터를 보면 어머니를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치즈 냄새에서 어머니의 냄새를 느낀다. 한국 사람들은 쌀밥과 된장찌개에서 어머니 모습을 떠올린다.

제주 사람들은 ‘자리젓’ 냄새에 입안의 침샘이 자극되면서 고향을 느낀다. 청국장 끓이는 냄새만 나도 식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 냄새 때문에 코를 막는 사람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이 같은 차이를 라파이유 박사는 컬처코드(culture code)라고 했다.

문화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코드이다.

이 같은 컬처코드를 장사에 이용하기도 한다.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쇼핑, 음식, 직업, 사람과의 관계에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유대인 특유의 컬처코드가 있다. 일본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컬처코드를 의식하고 주머니를 비게 만든다.

70년대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소니의 워크맨 문화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애플의 아이팟이 젊은이들의 문화코드를 만들고 있다. 워크맨과 아이팟이 성공한 이유는 젊은이의 컬처코드에 잘 맞추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레고 블록이 독일에서는 성공했지만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레고 블록을 만드는 상세한 설명서가 질서가 코드인 독일 어린이에게는 잘 맞았지만 자유가 코드인 미국 어린이에게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광고 콘셉트는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분위기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는 이런 분위기를 포기했다. 미국 여자들이 로레알 제품을 쓰는 이유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적인 자신감을 갖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성공한 이유의 하나는 10년간 무상수리 보증제도 때문이다. 미국인의 차에 대한 코드가 품질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농심 신(辛)라면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덩샤오핑의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패러디한 광고와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 포장과 매운 맛과 약간 기름지고 느끼한 맛이 중국인의 코드에 맞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도 제주인만의 코드가 있다. 과거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컬처코드가 지금은 부정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웃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수눌음, 조냥(절약)정신, 가까운 이웃끼리 삼촌과 조카라고 부르는 공동체 의식은 환경이 척박했던 옛날에는 자랑할 만한 공동체 의식이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듯이 변해야 될 의식이기도 하다.

한 다리 건너면 삼촌·조카가 아닌 사람이 없다.

제주인의 공동체에 속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가 큰 곳도 제주도이다. 컬처코드가 맞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계가 분명한 곳도 제주도이다.

얼마 전에는 ‘코드 인사’라는 말이 유행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자신의 스타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는 다툼이 적다. 그러나 발전도 없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처럼 생각해야 한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사람은 관광객의 코드에 맞추어야 한다. 감귤을 생산하는 농가는 감귤을 사먹는 소비자의 코드에 맞추어야 한다. 선생은 학생의 코드에 맞추어야 한다. 교수도 대학생의 코드에 맞추어야 한다. 연구자는 기술을 이용할 회사코드에 맞추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제주인의 컬처코드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

예전에는 자기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가 자랑거리였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코드에 맞추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다.<현해남 제주대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