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론][제주시론] 평화는 미래산업이자 강력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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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이 해군기지 문제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국방부장관이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도지사가 5월 중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종결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찬반양론이 증폭되고 있다.

찬반을 떠나서 모든 제주도민은 제주지역 경제를 걱정하고, 국가안보에 이상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논자 역시 제주섬이 보다 발전해서 도민들이 좀 더 잘 살고, 안보를 튼튼히 해서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찬성론자들은 해군기지가 제주경제를 살리고, 국가안보에 기여하며, 평화의 섬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면에 반대론자들은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제주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제주발전에 덫이 되며, 주변국들에게 군비증강의 빌미를 주기 때문에 국가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논자도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평화의 섬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고 안보적으로도 더 유리하다고 본다.

제주섬은 동북아의 노른자위여서 우리를 둘러싼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충분히 눈독들일 만한 곳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동북아를 분쟁으로 몰아가는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고, 지혜를 잘 발휘한다면 동북아의 평화를 산출하는 샘터가 될 수도 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제주섬은 분쟁의 위험성과 평화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우리가 힘이 약할 때 제주섬은 주변 최강국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였고 그들의 수탈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경제력으로나 군사적으로 볼 때 어떤 나라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동안 적대적 관계였던 북한과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고, 중국과도 수백억 달러의 경제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섬에 전에 없던 해군기지를 만들게 되면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불필요한 자극을 주게 되고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을 다시 한 번 읽어보자.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가 삼무(三無)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다.” 적어도 이 선언문에 의한다면,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군사기지가 있어야 유지되는 평화는 지극히 소극적인 평화이다. 그러한 평화를 위해서라면 굳이 평화의 섬을 따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처절하게 아픈 역사를 간직한 제주섬은 세계평화의 섬이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제주섬은 종교와 이념과 사상에 관계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온 인류의 고향이고, 모든 분쟁 당사국들의 화해와 상생을 이끌어내는 만남의 광장이라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에 8,000억 원, 연간 기지 운영에 2,500억 원이 든다고 한다.

해군기지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만 투입하여 그 자리에 평화마을을 만든다면, 제주섬은 동북아의 안녕과 세계평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그게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제주경제가 살릴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어 국가안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정한 평화야말로 그 자체가 제주경제를 살리는 미래 산업이요, 국가안보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윤용택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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