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주여성들의 제주 생활이 쉽지 많은 않은 게 현실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힘든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부모님도 극진히 모시며 제주의 강인한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억척 아줌마들을 만났다.

 

▲고성1리 ‘효부(孝婦)’ 주수진씨.

 

지난달 제주향교에서는 특별한 상이 수여됐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1리에서 제주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결혼 이주여성 주수진씨(29)에게 성균관장 ‘효부(孝婦)상’이 수여됐다.


2008년 11월 제주로 시집 온 주씨는 남편인 강행준씨(43)과 함께 건강이 불편한 시부모를 정성껏 돌봤고, 3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에 상을 차리고 1년을 모셨다.


농사일과 직장에 다니면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알고 있고, 요즘 1년 상을 모시는 가정도 거의 없다시피 한 현실에서 외국에서 시집 온 며느리가 보여준 효성은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됐다.


주씨는 “베트남에서도 1년 상을 차린다. 제주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남편 강씨는 “요즘 시부모를 모시고 1년 상을 치르는 며느리가 어디 있겠느냐”며 “아내를 만난 게 정말 잘한 일”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0대 초반 나이에 제주에 처음 온 주씨 역시 제주 생활이 쉽지 않았다. 한국말도 서툴고 문화도 달랐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과 주변의 도움 속에 제주의 여성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주씨는 농촌 마을을 지키며 과수원과 고추, 양배추, 입쪽파 등 1년 내내 농사를 짓고 있다. 잘 자라고 있는 아들 딸과 가족을 생각하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또 농업기술원에서 2년 동안 일을 했고, 식당에서도 일은 했다. 주씨는 “힘이 들기도 하다”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 따로 저축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우리 가족이 행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편인 강씨는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며 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주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너무 힘든 일밖에 없다”며 “농어촌에서도 괜찮은 직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소개도 해주고 여건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씨는 요금 중국어를 배우려고 하고 있다. 화교 출신이어서 중국어를 잘 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다보니 많이 잊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어를 다시 배워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다.


강씨 가족은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에게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2년에 한 번 정도 베트남에 가려고 했지만 1년에 한 번 꼴로 다녀오게 됐다.


강씨 부부는“내년 2월쯤 베트남에 다녀올 생각이다. 부모님이 아이들을 너무 보고 싶어 하신다”며 “외국에 나가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자주 찾아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귀리 ‘자랑스런읍민’ 최이리나씨.

 

우즈베키스탄 출신 최이리나씨(30·여)는 2005년 4월 남편을 만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그녀는 당시 21세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에서 시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농번기만 되면 항상 일손 부족으로 고생해야 했던 시부모에게 최씨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녀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하면서 시부모에게 최씨는 며느리가 아닌 친딸 같은 소중한 존재가 됐다.


최씨는 “시부모님을 도와 부추와 감귤을 재배하고 있다”며 “추석연휴가 끝나면 쪽파도 파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이 “뜨거운 태양 볕 아래서 일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시부모님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고부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씨가 시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화목하게 생활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2009년 제37회 어버이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또 2008년에는 지극한 효심으로 부모에 대한 공양과 웃어른에 대한 봉사를 실천,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며 자랑스런읍민대상을 받기도 했다.


고려인인 최씨에게도 제주 정착이 쉽지만은 않았다.


고향에서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언어의 장벽은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같은 한국인들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제주 방언을 익히기 위해 최씨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녀는 “제주의 방언을 배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들이 하는 이야기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씨는 한국어를 배운 후 러시아어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통역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경찰에서 러시아계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면 통역을 요청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제주지역 한 종합병원에서 국제의료센터 직원으로 입사를 제의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또 새마을부녀회, 적십자봉사단, 제주시생활공감정책모니터단 등 각종 단체 회원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다문화이해 강사로 활동하며 제주와 고향의 문화적 차이를 스스로 좁혀나가는 것이다.
최씨는 “다문화이해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을 받고 있다”며 “고향의 문화를 제주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