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여도 사나…마침내 이어도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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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찾아서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긴긴 세월 민요와 전설에 갇혀있던 이어도는 1900년 6월 5일 밤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일본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던 영국상선 소코트라호(6000t급)가 암초에 부딪혔다. 10년 뒤인 1910년 영국 해군은 측량선을 보내 암초의 위치와 수심을 확인했다. 그리고 상선의 이름을 따서 ‘소코트라 암초’로 세계해도에 올렸다.

우리나라에선 1984년 제주대 등이 공동탐사에 성공했으나 ‘파랑도(波浪島)’라고 명명했다. 섬은 보이지 않았다. 단 수면이 얕아졌고 조류가 강해서 붙인 이름이다. 제주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상향이 물 속에 있는 암초라니….’

제 이름을 찾은 것은 영국상선이 충돌한 지 무려 한 세기가 지난 뒤였다. 2001년 국립지리원은 명칭변경을 심의, ‘이어도’로 확정했다.

이어도는 가장 높은 정봉(頂峰)도 수면 4.6m 아래에 있는 수중암초다. 면적은 11만 5000평으로 평균수심 50m 밑에 있는 타원형의 거대한 암초다. 이청춘은 소설 ‘이어도’에서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갔기 때문에 섬을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썼다.

실제 이어도 정상 끝을 살짝이라도 보려면 일단 4.6m의 파도가 쳐야 한다. 섬처럼 보였다면 최소 10m 이상 물결이 솟구쳤을 것이다. 이 파도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 달에 한 번꼴로 이어도해양과학기지를 가는 심재설 박사(한국해양연구원)도 “악천후에는 접근조차 못해 맨 눈으로 이어도(섬)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참고로 이어도기지는 정봉에서 남쪽으로 700m 떨어진 지점에 있다.

기지에서 심 박사가 가리키는 손을 따라 북쪽 바다를 바라봤다. 물 속에서 유달리 선명한 파란색의 거대한 원형이 눈에 띄었다. 제주의 아틀란티스, 이어도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총 중량 3400t의 강철 구조물도 좌우로 4.5㎝ 움직인 적이 있었다.

이어도기지 준공 석 달 뒤인 2003년 9월 12일. 초속 35m의 강풍과 8.95m의 파고를 몰고 온 무시무시한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갈 때였다.

그런데 태풍 ‘매미’가 오기 이틀 전 갑자기 시스템이 멈춰버렸다. 해양연구원은 비상이 걸렸다. 관통하는 태풍은 남해에 상륙하기 10시간 전 이어도기지가 그 위력을 관측해 무궁화위성으로 자료를 전송한다고 자랑하지 않았던가.

심 박사는 연구원 3명을 배에 태워 서둘러 기지로 보냈다. 7시간이면 도착하는 데 연락이 없었다. ‘내가 못할 짓을 했구나’ 10시간 뒤 시스템(전기 문제)을 수리했다는 연락이 날아왔다. “빨리 거기서 떠나라” 심 박사는 외쳤다.

심 박사는 “이 일이 있고난 뒤 기지에는 시스템이 다운되도 자동복귀 되도록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며 “그동안 축적된 모든 기술로 앞으로 제2, 제3의 해양기지를 짓는다면 그 공로는 바로 맡 형격인 ‘이어도기지’에게 돌리고 싶다”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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