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이주 여성...다문화가정 붕괴 우려
사라지는 이주 여성...다문화가정 붕괴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무단 가출 잇따라 발생 올 들어 경찰에 54건 접수
제주에 시집 온 일부 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출하면서 남겨진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서귀포시의 한 농촌지역에서 5년 동안 살아온 베트남 이주여성 A씨(32·여)는 최근 몰래 짐을 싸고 집을 나갔다. 자녀 2명 중 1명을 데리고 달아난 A씨의 행방을 알 길이 없는 가족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A씨는 아이를 낳은 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등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왔다. 하지만 영주권을 취득하자 낯선 사람과 통화가 늘더니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제주시 농촌지역에서 칠순의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B씨(45)는 결혼한 지 1년 만에 베트남 출신 부인이 가출해 눈앞이 캄캄해졌다.

B씨는 “집을 새로 지어주며 잘 해주려고 노력했다. 집을 나가기 전에 뭘 잘못했는지 얘기라도 했으면 그나마 덜 억울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주 여성들의 무단 가출로 다문화 가정이 붕괴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올해 접수한 실종·가출 신고를 국적·성별·이름 등으로 분류한 결과, 외국인 아내가 점적한 사례는 54명에 달했다.

이들 여성들은 며칠 뒤 귀가하는 단순 가출이 아닌 대다수가 1개월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남은 가족들은 ‘계획된 도주’, ‘위장 결혼’ 등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외국인 아내의 가출을 놓고 남편의 폭력과 음주, 부당한 대우 등이 원인일 수 있지만 취업을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 뒤 도망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으로 제주에 정착하는 이주 여성들이 급속히 늘고 있지만 덩달아 이혼도 증가해 자녀들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

도내 결혼 이주 여성은 2009년 1350명, 2010년 1519명, 2011년 1860명, 지난해 1991명, 올해 2227명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면 가정 불화 및 성격 차이 등으로 갈라서는 부부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문화 부부의 이혼은 2009년 126쌍, 2010년 163쌍, 2011년 186쌍, 지난해 163쌍으로 집계됐다.

이혼 문제, 부부 갈등으로 올 상반기 여성긴급전화 1366제주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이주 여성은 639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400명에 비해 60%나 증가했다.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주 여성들의 가출이나 이혼은 한쪽만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입증하듯 이혼 상담의 80%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성격 차이가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