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만들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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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하루야·하루미 인형카페 대표
   
(사진) 김미경 대표가 돌하르방을 주제로 만든 하루야·하루미 인형을 안고 있다. 이 인형은 초보자들도 1시간 정도면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을 단순화했고, 솜과 천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했다.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을 아이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요.”

제주시 애월항 해안도로에 들어선 하루야·하루미 인형카페는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13년간 인형을 만들어 온 김미경 대표(40)가 올해 초 남편과 아들·딸과 함께 제주에 정착한 후 인형을 주제로 창작 공방을 만든 것이다.

그는 제주 여행 기념으로 독일 인형 ‘테디베어’나 일본 인형 ‘헬로키티’를 아이들에게 사주는 부모들을 자주 접했다.

한술 떠서 일부 특급호텔은 어린이날에 투숙을 하면 이 인형을 선물로 주고 있었다. 로열티를 내야하는 이 인형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다.

어느 날 관광을 하던 중 7살 난 딸이 “돌하르방 인형을 갖고 싶다”고 칭얼댔다. 하지만 어느 관광지에서도 파는 곳이 없었다.

돌하르방을 캐릭터로 ‘하루야(남)’, ‘하루미(여)’ 인형이 탄생한 사연이다.

김 대표는 “에버랜드에선 마스코트인 ‘백호 인형’을 든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정작 제주를 대표하는 돌하르방은 제주도에도 인형이 없다는 것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파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디자인을 단순화했다. 안산에서 ‘인형 작가’로 소문이 자자했던 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체험을 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인형을 구입하면 2만5000원을 받지만, 1시간 동안 직접 만들면 1만5000원을 받는다.

하루야·하루미 인형은 눈과 입을 작게 디자인했다. 독일의 수제 헝겊인형인 ‘발도로프 인형’을 본 뜬 것이다.

“표정이 과장되거나 완벽한 사람 모습을 갖춘 플라스틱 인형은 놀잇감으로 적당하지 않죠. 이미 완성돼 주어졌기 때문에 상상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발도로프 인형은 눈·코·입이 아예 없거나 작게 만들어서 아이들은 인형이 웃는지 울고 있는지 표정을 상상하게 되죠.”

천연 목화솜을 채운 하루야·하루미 인형은 화학 염료가 들어가지 않은 천을 사용해 유아들이 물거나 빨아도 된다.

눈·코·입은 ‘한땀 한땀’ 바느질로 만들어 플라스틱 눈알이나 접착제가 없는 말 그대로 ‘친환경 인형’인 셈이다.

김 대표는 전공을 살려 조천중학교 등 학교 10곳에서 인형 만들기 강사로 나서고 있다.

인형을 만드는 것은 임신부에게도 좋지만 청소년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헝겊을 붙여가며 바느질과 가위질을 하는 것은 집중력과 두뇌 발달에 좋고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며 “인형을 만드는 과정은 하나의 정서 치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사를 맡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인형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형 카페를 차리는 것이 어느덧 그의 목표가 됐다.

그는 또 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제작 비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인형카페를 예비 사회적기업인 ‘해피맘하우스’로 등록한 이유다. 직원 3명은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의 주부로 뽑았다. 조만간 2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들은 여건 상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인형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데 실력만 갖추면 자신의 가게를 차릴 수 있는 만큼 계속 도움을 주고 싶어요.”

한편 제주에 인맥이 없던 그는 발로 뛰며 홍보를 했다. 그 결과, 관광호텔 2곳에서 인형을 전시·판매해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또 오는 7일 열리는 최남단 방어축제에 공식 기념품으로 방어를 든 하루야·하루미를 납품하게 됐다. 500개의 인형을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야 하므로 요즘은 새벽 2시에 귀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돌하르방에 이어 해녀와 감귤, 조랑말을 주제로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며 “기계로 똑같이 찍어낸 장난감이 아닌 엄마의 마음을 담은 인형이 제주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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