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맛있는 감귤 돌연변이로 신품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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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업기술원 감귤육종연구실장 강종훈씨

“돌연변이 감귤이 수입 개방에 맞설 버팀목이 됐습니다. FTA시대에서 제주감귤이 살아나려면 달고 맛있는 우수한 형질의 돌연변이를 찾아내야 합니다.”

강종훈 제주도농업기술원 감귤육종연구실장은 감귤이 노랗게 익어가는 요즘이 가장 바쁘다.

농가에서 “우량 돌연변이가 나온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만사를 제치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가지의 열매보다 더 빨리 노랗게 익거나 혹은 후각이 예민한 새들이 한 열매를 집중적으로 쪼아대면 십중팔구 우량 변이가지일 확률이 높다.

돌연변이를 찾는 것은 신품종을 빨리 얻기 위해서다. 감귤나무끼리 교잡하면 20년 넘게 걸리지만 우량 가지를 찾아내 육종할 경우 빠르면 10년 이내에 새로운 품종을 얻을 수 있다.

강 실장은 “일본의 연구를 보면 우량 돌연변이가 나올 확률은 4만분의 1입니다. 제주도에 약 2000만 본의 감귤나무가 있지만 확률 상 우수한 형질은 500그루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그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 개발 시간을 따지면 돌연변이를 찾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라봉’을 사례로 들었다. 이 교잡종 감귤은 일본 농림성에서 약 10년간의 교배 육종으로 1972년에 나온 신품종이다. 일본명은 ‘부지화(不知火)’다.

그런데 한라봉의 모계는 ‘청견’인데 세계적인 육종기술을 보유한 일본에서도 청견을 얻기까지 32년이 걸렸다. 즉, 한라봉은 40년 이상을 연구·투자해 얻은 결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여건이나 농가 입장에서 신품종을 얻으려고 40년을 투자하며 기다릴 수 있을까?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주의 감귤산업은 재일교포들이 1954년부터 지속적으로 일본산 품종(묘목)을 보내 주면서 꽃피우게 됐다.

지금도 가장 많이 재배되는 노지감귤인 ‘흥진’, ‘궁천’, ‘일남1호’는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이다. 2001년 육성된 세토카(천혜향), 2007년 개발된 감평(레드향)은 일본 이름이 더 익숙할 정도다.

그런데 앞으로는 일본 신품종 감귤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원국에서 신품종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수령 30년 이상 된 감귤나무 가운데 30%만 품종을 갱신해도 해마다 일본에 3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대비해 농업기술원은 1997년부터 우량 감귤 돌연변이 찾기 사업을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146개체를 수집했고, 이 중 지속적인 연구 대상은 30개체로 압축했다.

돌연변이를 육종한 결과 ‘상도 조생’과 ‘써니트’를 개발해 품종 보호출원을 마쳤다.

농업기술원이 육종한 상도 조생은 당도 10.6브릭스, 산 함량 1%로 현재 51농가에 2만1000주를 보급했다.

서귀포시의 한 농가에서 출원한 ‘써니트’는 당도가 13브릭스 이상인 만감류로 빨갛게 착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상인들은 “‘써니트’처럼만 만들어 내면 비싼 값에 팔아주겠다”며 농가에 유혹할 정도다.

강 실장이 돌연변이 찾기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신품종 2개가 나오는 결실을 얻었다.

제주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그는 1992년 도농업기술원에 들어간 후 19년째 감귤만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늦은 감이 있지만 2011년 감귤육종센터가 설립되면서 새로운 품종 육성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직원들이 열성적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 제주 환경에 가장 적합하고 맛있는 신품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사진) 강종훈 제주도농업기술원 감귤육종연구실장이 지난 11일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한 감귤농가를 방문해 우량 돌연변이로 추정되는 감귤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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