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농촌,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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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종 조랑말박물관 관장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이 돼야죠. 삶의 질을 높이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조랑말박물관장 지금종씨(52)는 문화·예술·경제를 아우르며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의 역사와 정체성을 살리는 프로젝트의 총감독을 5년째 맡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 등급의 말을 ‘갑마(甲馬)’라 불렀다. 예로부터 국영목장인 ‘갑마장’이 들어섰던 가시리에는 600년 전 목축문화의 대를 잇는 조랑말테마공원과 박물관이 지난해 9월 조성됐다.

제주마의 유물과 문화예술작품 100여 점이 전시됐고 캠핑과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전국 최초의 ‘이립(里立)박물관’이 됐다. 도립이나 시립 등 관 주도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건립 주체가 됐기 때문이다.

13개의 오름에 둘러싸여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225만평(7.4㎢)의 가시리 공동목장이 도외 자본에 의한 개발 열풍에 빗겨간 것은 소송도 불사하며 목장을 지켜낸 주민들의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지 관장의 열정이 보태졌다.

시계추를 돌려 2009년 가시리는 농림부가 공모한 ‘신문화공간조성사업’에 선정돼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주민들의 꼼꼼한 사전조사와 해외답사로 얻은 결실이었다.

이 기획에 참여하며 가시리에 정착한 그는 사업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출발은 ‘가시리문화학교’로 주민들이 공공미술과 사진, 댄스, 밴드 및 난타 등 즐거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어 ‘가시리창작지원센터’가 꾸려졌다.

지 관장은 “작가와 예술인들이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교육 또는 창작활동을 하는 조건으로 입주시켰죠. 외국 작가를 포함해 지금까지 40명이 머물다 갔는데 이들은 주민과 방문객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센터에 입주한 이정록 사진작가는 주민들과 소통하며 가시리의 오름과 들판, 생명의 빛을 발하는 나무의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그의 작품은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른 세계적 팝그룹 ‘이글스’의 보컬인 조 월시가 최근 구입해 화제를 낳았다.

평범했던 시골마을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한 가운데 그의 다음 목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는 “마을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를 하나의 기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며 “창출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하는 선순환 경제 모델로 조랑말박물관을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 관장은 수익만을 쫓지 않기 위해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인 ‘이어도사나’를 설립했다.

이 기업은 박물관과 테마공원, 승마장,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사업을 운영하면서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주민들이 만든 수제 기념품을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 여행’을 추구하는 이어도사나여행사를 설립했다.

그는 “1년에 100개 정도의 견학팀이 가시리를 방문하는 데 공무원과 학자들이 시간이 없다며 휙 둘러보고 갑디다. 알고 보니 여행사측에서 쇼핑관광을 시키려고 물건 파는 데만 데려가는 거예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2박3일 동안 마을에서 먹고 자며, 승마와 갑마장길 트레킹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여행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서울 토박이인 지 관장은 2009년 귀농을 위해 제주도에 왔다가 가시리에 눌러 앉았다. 그는 재야단체에서 이름을 날렸었다.

한·미FTA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았었던 그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4번이었으나 아쉬운 표차로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그는 “30년 동안 해왔던 정치운동에 더는 관심이 없다”며 “가시리가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우수한 가공품을 만들고, 양질의 문화·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농촌 경제운동의 롤모델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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