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을 지키는 투박한 나무가 지역의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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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화. 애월읍장
언제부터 만족보다는 불평이 먼저 나오고, 아쉬운 것을 먼저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주위를 돌아보며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다 잡아 보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최근 ‘아버지의 집’이라는 책을 볼 기회가 생겼다. 한학을 공부하고 마을을 지키며 살다 간 어르신의 마지막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나간 사진과 글로써, 편안하지만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조금은 아프고 아쉬운 그 어르신의 마지막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는다. 그분의 생을 안타까워 하며 묘소를 만들던 동네 후학은 ‘한학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마을에 남아 집과 선산을 지키고, 배우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서울로 또는 유명인사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마치 투박한 나무는 선산을 지키고 좋은 나무는 잘려나가 대궐의 대문이 되고 부잣집 안방의 장롱이 되듯이…….

일선 행정인 읍·면 지역에 근무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소신과 열정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며 훈훈한 일상을 깨닫게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걸 느낀다. 동네 골목에 작은 꽃밭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손길을 보태는 분들이 있고, 얼마 안되는 행정지원에도 검게 그을린 얼굴로 간벌과 방풍림 정비를 자기 일처럼 처리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이처럼 거칠고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손길과 부지런한 발품을 푸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는 따뜻하고 아름답다.

애월읍에는 요즘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 때도 그랬고 올해도 감귤원 간벌 작업을 수행하는 농업경영인 회원들의 땀과 열성이 살맛나는 지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근래 한창 준비 중인 애월읍민종합체육대회와 마을 체육대회에는 고향을 묵묵히 지키는 청년회원들의 정성이 농어촌의 활기를 더하게 하고 있다.

이런 주위 분들과 함께 나는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지역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최일선 행정을 수행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동행을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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