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합의하에 공포된 조례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방적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발목잡기 위한 딴죽걸기에 지나지 않아요.”

제주도의회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는 사실이 25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제주도교육청 주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교육 행정업무를 보나,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중점 사업마다 이런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도의회를 성토했다.

이번 개정조례안은 현 조례안 ‘부칙’에 명시된 ‘수산초, 풍천초, 가파초는 2013년 3월 1일부터 분교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부칙’이 삭제되면 그동안 도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도의회는 지난해 말 도교육청이 이들 소규모 학교를 분교장으로 개편하기 위해 개정 조례안을 상정하자 좀 더 기한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부칙’을 넣고 의결했다.

도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시책에 원론적으로 손을 들어주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감안, 유예 기간을 둔 것이다.

일부에서는 도의회가 의정활동을 통해 제주도청에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유독 도교육청에는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도의회는 근래들어 도교육청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제학력갖추기 평가 예산을 일부 삭감한데 이어 소규모학교 통폐합 사업에도 제동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교육청이 제출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고유 권한은 존중되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합의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월권에 지나지 않는다. 집행부를 상대로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의회를 기대해 본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