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제주이야기 노래로 남기고 싶어요"
"사라지는 제주이야기 노래로 남기고 싶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성옥/국악인
▲ 고성옥씨.

“(중략)새벽시장 나갈때민 어린자식 날 부르네. 말 못하고 울음소리 엄마 엄마 가지마라 요내 자식 울지 말고 늦잠이나 자려므나. 이 애미는 너의 소리에 내 가슴은 찢어진다.(‘시장인생’ 중)”

 

어둠이 다 가지 않은 새벽녘 단잠을 깨는 것보다 울며 보채는 자식을 떼어내고 장사를 나가야 하는 장터 어머니의 인생 사연이 안타까워 눈물을 훔치는 국악인 고성옥씨(57).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뽑아내는 제주어소리가 구슬프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역사가 써지는 또다른 시작점인 연초.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힘찬 도약을 꿈꾸지만 오늘은 어제가 없었으면 오지 않았을 내일이다. 옛 것이 소중한 이유다.

 

고씨는 ‘제주의 어제’를 아끼고, 최상의 가치로 생각하면서 제주 선인들의 생활과 지혜를 소리로 남기고 있는 ‘열혈소리꾼’이다.

 

그는 구수한 제주민요나 타령 등으로 관객들의 가슴에 신명을 심어주기도 하고 음절 음절마다 애환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구슬프게 부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민요교실 강사로 제주민요 알기리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그는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과거 동네 어른신들이 했던 이야기나 즐겨 부르던 노래가사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단다.

‘쥐구멍은 쇠똥으로 막고, 머리 까진딘(단친데는) 몰똥(말똥)으로 막는다’, ‘설사난딘(설사가 났을 때는) 고사리적 먹고, 배 아픈딘(배 아플 때는) 사탕물 먹었져(먹었다).’

 

“끝말잇기를 하는 것처럼 사라지는 제주의 이야기를 적고 있어요. 나중에는 가락을 붙여서 노래로 만들어질 제주이야기들이죠.”

 

그는 생각날 때마다 노래가사며 이야기를 적어놓은 노트를 펼쳐 보이며, 나중에 노래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는 특히 서민들의 생활이 오롯이 담긴 오일시장을 사랑한다. 오일시장에는 제주사투리도 생생히 살아있을 뿐 아니라 아직 기억해야 할 제주의 생활모습과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물밀듯이 들어오는 24시 편의점 등으로 설 곳을 잃어가는 전통오일시장과 재래시장을 홍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도내 오일시장과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전통문화공연도 시작했다.

 

오일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다시 찾아오게 해야 하는 일이 그의 의무로 느껴진다는 그는 오일시장을 사투리로 재미있게 표현한 ‘장터노래’를 비롯해 ‘시장인심’, ‘시장인생’, ‘사투리노래’ 등을 직접 짓기도 했다.

 

1993년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전국 최연소 명창이라는 타이틀을 안은 이후 하루 8시간씩 소리 내는 연습을 하며 ‘소리꾼’의 외길을 걷고 있는 그. 그의 구성진 제주사투리 노래가 듣고 싶다면 도내 오일시장을 찾아가길 권한다.

 

-노래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노래가 그냥 좋았다. 1986년 한국국악협회 제주지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가요 200곡은 너끈히 불렀을 정도다.

 

-국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전국 최연소 명창으로 인정을 받았는데 소리꾼으로서의 철학은.


▲과일로 따지면 당도 떨어지는 과일이 되지 말아야지 하고 연습에 매진했다. 그래서 공연을 할 때도 내가 불편해야 관객이 만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열심히 노래한다.

 

- 좋아하는 가락, 혹은 악기 소리가 따로 있나.

▲허벅소리를 좋아한다. 제주민요는 허벅소리가 들어가야 맛이 난다. ‘띵강띵강’ 투박하면서도 숨김없는 솔직한 소리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작년부터 도내 경로당 270곳에서 어른신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하고 있다. 당분간 경로당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내용을 담은 제주어노래를 보급할 계획이다.

 

고성옥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출신, 전국민요 경창대회 대상(1993), 한국국악협회 제주지회 부지회장, ㈔제주소리보존회 회장, 전국두렛소리보존회연합회 회장, 제주문화원 이사 및 강사, 예향당 공연장 대표.
문의 ㈔제주소리보존회 742-5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