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의 '가치'에 대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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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숙경/인테리어 디자이너
▲ 주숙경씨.

“밥그릇이 재떨이가 되는 건 쉽지만 재떨이가 밥그릇으로 되는 것은 좀 어렵죠.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5년 동안 ‘어떻게 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름다워 보일까’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실내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아 본 적이 없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숙경씨(37).

 

그는 늘 새로운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왔다. 신소재를 먼저 도입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 건축물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대중으로부터 인정받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소재와 신제품 등 ‘새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동시에 낡고 못 쓰는 것, 버려지는 ‘헌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새 것’ 역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헌 것’이 되지만 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새 것’이었다.

 

가시리창작지원센터에 입주하면서 내걸었던  ‘폐 공간 재활용 프로젝트’ 역시 그가 ‘쓸모없는 것’에 생명 불어넣기를 위해 고안한 사업이다.

 

가시리에 온 뒤 그는 마을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서 풀이 무성해진 집과 감귤 과수원의 창고를 보면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쓸모있음’을 다양하게 연구했다.

 

“과수원 창고도 보면 2~3개월 감귤 수확철에 사용되고 거의 사용을 하지 않잖아요. 한쪽에 농자재를 정리해 놓고 나머지 공간은 주민들이 취미공간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소유주들과의 의견이 달라 실제 작업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에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그는 가시리사무소와 5월에 오픈한 가시리문화센터 사이 빈 공간에 ‘가시리 쉼팡’을 만들었다.

 

“최근 들어 가시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앉아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더라고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마을 아이들이 화단에 앉아 있던 모습도 내내 마음에 걸리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지금 가장 필요하겠더라고요.”

물론 못 쓰는 물건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작품이다.

 

전선을 감아두는 전선굴렁쇠를 이용해 윗부분은 평상으로 만들고 중간 기둥부분의 나무는 마감질을 해서 탁자와 의자로 만들었다.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은 그 위에 그림을 그려 결국 합동작품을 만들어냈다. 버려진 전선굴렁쇠로 만든 테이블 몇 개로 쓸모없는 땅이 비로소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주씨는 이 작품이 소통과 합동작업의 결과라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공간의 완성도면에서 다소 미흡해 보일 수 있지만 저와 마을주민들이 소통하는 창구였어요. 앞으로도 이 공간이 쉬어가고 소통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사용될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창작지원센터에 입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정말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과 더 열심히 소통하려고 했다.

 

-직접 살아본 제주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관광객의 시선으로서 가졌던 ‘관광도시 제주’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마을, 무한한 창작의 무대라고 느꼈다.

 

-특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제주의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육지부에서 들여오는 건축 자재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 등을 이용하면 제주만의 좋은 양식을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원이 가능성이다.

 

-업사이클과 리사이클이 어떻게 다른가.

▲업사이클링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폐자재들도 가공과 변형이라는 디자인 과정을 거쳐 기존의 쓰임새와 다른 그 이상의 가치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큰 것이라고 본다.

 

◇주숙경은…
1974년 서울 출생, 서일대학교 실내디자인과 졸업, 공간 디자이너, 가시리 창작지원센터 입주작가.
문의 가시리창작지원센터 787-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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