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색 입힌 퀼트 작품 신선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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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 섬유예술가
▲ 현미경씨.

“누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하루 종일 바느질만 했으면 좋겠어요.”

 

퀼트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현미경씨(46). 그는 지하 작업실과 거실, 화장실 등 동선을 따라 바느질감을 갖다놓고는 손에서 바늘을 놓지 않는다. ‘실과 바늘’이 아니라 ‘현미경씨와 바늘’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조각을 선택할 정도로 흙 만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한때 여성 조각가 3명과 함께 ‘토방전’이란 이름의 단체를 꾸려오기도 했지만 한 잡지에서 퀼트작품을 접하면서 퀼트의 세계에 빠졌다.

 

“세 아이의 엄마잖아요. 아이가 울면 잽싸게 가서 보살펴야 하는데 흙 묻은 손과 앞치마가 걸림돌이더라고요. 그러면서 흙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그런 와중에 접한 것이 퀼트 쿠션이었다. 처음에는 퀼트용 바늘과 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시집올 때 가져온 바늘쌈지로 시작했단다.

 

그렇게 불과 10년 전 퀼트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줄도 몰랐던 그는 2008년부터 국내 퀼터들의 대전인 서울국제퀼트페스티벌에 3년 연속 입상하면서 지난해는 정식으로 퀼트 작가로 데뷔했다.

 

그 기념으로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6회 대회에서는 15㎡규모의 부스를 제공받아 개별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작품들은 제주만의 색깔을 입은 개성있는 작품으로 많은 퀼터들에게 주목받았다.

 

“퀼트 작품들은 창의적이지 못한 것이 단점이에요. 대부분 작품들이 비슷해요. 그런데 제 작품은 제주도 갈천을 이용해서 토속적이면서도 신선하다고 평가해주더라고요.”

 

그는 제주도 재래감을 비롯해 밤송이, 검은콩, 양파, 치자 등을 이용해서 직접 천연염색을 하고, 그 천을 가지고 바느질을 하고, 조각천을 잇고, 서양화 전공을 살려 붓칠까지 해댄다. 천에 관련한 모든 예술행위를 아우른다. 그가 퀼터만이 아니라 섬유예술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작업장에 가마까지 들인 그는 이제 못다한 흙 작업도 다시 시작했다. 퀼트라는 장르에 도예까지 접목시킬 예정이다.

 

“10년 간 작업한 작품을 모아 지난해 전시회를 했으니까 앞으로 4년 있다가 두 번째 개인전을 열 생각입니다. 그 다음 5년 후에는 섬유와 도자기를 연결한 작품들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퀼트를 할 때 주소재는 어떤 것들인가.

▲팽나무, 돌담, 오름, 섬, 정낭 등 제주에 있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수작업에서 오는 따뜻한 기운이 더해져 향토색이 짙어진다고 믿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올해 고3 수험생인 딸을 위해 합격을 기원하는 베들레헴 스타 패턴으로 퀼트작품을 완성했다. 볼 때마다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다. 또 특히 올해 도립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했던 ‘돌담’ 소재 작품 등이 기억에 남는다.

 

-퀼트를 하다보면 천에 대한 눈이 남다를 것 같은데.

▲생활에 찌든 색을 껴안은 걸레도 예쁘다. 미학에서는 아름다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추한 것도 표현해야 한다. 자기 몸을 희생해서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하는 걸레가 너무 예쁘다. 언젠가 걸레로도 작업을 할 생각이다.

 

-초등학교 미술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보람을 느낄 때.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것을 기념한 그리기대회에서 제자 10명이 입상했다. 입상여부를 떠나 6~7년 한 학교에서 지내다보니 자식같은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흐뭇하다.

 

◇현미경은...
1965년 제주 출생, 제주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바늘이야기(2010)’, 토방전, 제주조각회전, 제주미술제, 제주도미술협회 회원전, 제주도옹기문화연구회전, 서울 국제퀼트페스티벌 공모전(2.3.4회), 제주도립미술관 개관2주년 ‘창조와 패러디’전 출품, 제주섬유예술가회.제주도미술협회 회원, 도평초.하귀초 미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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