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해방 후 첫 공식 일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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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선진지 시찰...재일동포에게 제주개발 투자 호소
재일동포 단체 지원으로 광복 후 첫 訪日
교포들 "제주도 개발에 이바지하겠다"

<>재일동포들의 뜨거운 환영
1963년 1월16일 나는 일본방문단을 조직해 20일간 일본 전역을 다니며 일본의 선진 산업시설을 시찰하고 재일동포들을 만나 고향 제주도의 개발을 위한 투자를 호소하고 다녔다.

 

원래는 1월15일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당시는 미수교상태여서 그런지 비자발급이 늦어져 하루 늦게 일본으로 출발했다.

 

그 때 나는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했을 때였다.
당시 일본방문단은 나를 비롯해 문종철 제주대학장, 홍종언 제주상공회의소회장, 강창학 광신식품사장, 강우준 제주신문사장(제12대 지사역임), 김선희 제주신문사 전무, 고정일 제주신문사 편집국장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는 1962년도부터 시작한 재일동포들을 고향으로 초청하면서 맺은 인연의 결실이자 제주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고향 제주도를 돕기 위환 재일동포들의 진한 애향심의 결과였다.

 

당시는 우리나라와 일본과 국교를 맺기 전이었음에도 일본 정부(농수산성)는 우리 방문단을 공식으로 초청한 것이었는데 우리의 방일은 광복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또 내가 도지사이자 현역 해군 장성이었던 만큼 일본정부와 수산인들은 우리 해역에서 어로행위를 하다 나포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자국의 어업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나를 특별히 초청했던 것이다.

 

실제로 일본 여관에 묵었을 때 주인 여성이 내게 깍뜻이 인사하며 "일본 어민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는 일본 국민들이 자신들의 어업수산인들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준 일화이다.

 

아울러 재일제주개발협회, 향토경제인협회, 결핵협회대판지부 등 제주출신 재일동포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이뤄진 것이기도 했다.

 

이날 저녁 7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김재현 주일공사, 김한두 재일제주개발협회 전무의 안내로 공항 로비에 들어서자 ‘환영 제주도인사 일본시찰’이라는 플래카드와 수많은 태극기, 그리고 교포들로 보이는 인파에 잠시동안 당황했다.

 

300여명이 교토들이 ‘아, 왔구나’,‘빨리 나오라’는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더욱이 교포 소유의 세단차가 20여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멀리 오사카에 있는 안재호씨를 비롯해 많은 교포들이 도쿄까지 우리를 마중나와 있어 가슴이 뭉클했다.

<>방일단 제주출신 재일교포사회에 새지평 열어
우리의 일본방문은 일본 정계나 언론계 뿐만아니라 조총련계까지 여러 가지 의미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일본 정부는 내가 현역 해군소장임을 의식해서인지 경찰의 삼엄한 경호를 하며 예우를 하는 듯 느껴졌다.

 

또 우리의 일본방문은 향토와의 중요한 매개역할뿐만 아니라 재일 제주도출신 동포사회외에도 일본 국민에게도 제주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고 재일교포사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부한다.

 

도쿄의 뉴재팬 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의 일본방문을 환영한 교포들은 “혁명정부가 제주도개발에 주력하는 것에 감격했고 우리도 방관할 수만은 없다. 도지사의 개발에 대한 열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재일교포들도 힘을 다해 제주도 개발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의환 주일대사를 비롯해서 일본의 한일농림수산교류협회장, 전 일본 국회농림위원장, 김평진 재일제주개발협회장 등이 함께 했다.

 

나도 이에 보답하는 인사를 하며 “고향을 떠나 이역에서 악조건을 극복하고 오늘의 영광을 차지한 여러분의에 경의를 표한다. 혁명정부가 제주도개발에 중점적인 시책을 쓰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고향이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나는 또 “재일교포 가운데 제주출신이 10만명이 되니 이는 제주도인구의 절반이 이곳에 있는 셈이며 향토개발은 기술면이나 재력면이나 앞서 있는 교포들의 힘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며 향토애를 호소했다.

 

환영식이 끝난 후 60대의 교포 한 분이 우리 일행을 찾아와서는 “도일한 지 40년이 되는데 생전에 고향에서 오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가족을 만난 듯 반갑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우리와의 만남에 감격한 많은 교포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바람에 새벽녘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을 수 있었다.

<>도쿄중심으로 일본 남부 전역 시찰
일본 방문단은 20일간 도쿄를 중심으로 남쪽은 거의 다 돌아보며 일본의 농림, 축산, 수산 관광시설을 시찰하고 자료를 열심히 수집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 발전에 필요한 것들이 널려 있어서 일본 체류일을 연장하고 또 연장해야 했다.

 

우리는 일본 농림성과 한일농림수산교류협회가 마련한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

 

우선 지바현을 방문해 전분 및 수산가공시설을 시찰했고 감귤산업으로 유명한 가나가와현의 양계장, 축산시험장, 농림시험장, 관광시설을 둘러봤다.

 

이 때 고구마로 설탕을 만들어 아이스크림과 과자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다소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어 민단중앙본부를 방문했으며 낙농시설과 밤 재배소와 가공공장, 파인애플 재배소, 차 시험장시설을 시찰했으며 오사카에 도착해서는 농업시험장과 농기구공장, 효고현에서는 농업시험장과 관광시설, 제마공장을 시찰했고 고베에서는 교사들과 환담을 하기도 했다.

 

이때 본 케이블카와 감귤, 파인애플 농장을 제주에서도 꼭 해보고 싶었다.

 

또 야마구치현에서는 농협을 방문했으며 시모노세키의 수족관, 제강시설, 어항시설을 시찰했고 하카다에서는 어항조선소를 방문했으며 한국과 무역교류를 희망하는 후쿠오카도 갔다.

 

도쿄에서는 한일농림수산기술교류회와 간담회를 가졌고 도쿄와 오사카 요코하마에서는 교포들과 환담회와 강연회를 갖는 등 2월4일 귀국일 까지 제주도를 소개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이때 일본의 1차산업시설과 그와 연계된 가공시설 현장시찰은 제주농업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들 지역 모두 제주도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곳이어서 감귤산업의 진로, 축산산업, 수산업, 생산자 조직의 중요성은 물론 농업기술의 교류의 필요성을 깨닫게 했다.

 

이후 제주도와 제주출신 재일동포가 협력해서 제주도의 농업인들을 일본으로 산업기술연수생 자격으로 초청해 일본의 선진적인 농업기술을 배우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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